<유대인의 축제>
투 비스밧 - 나무들의 설날
축제나 기념일 중에는 설날이나 독립기념일처럼 나라와 민족을 넘어서서 그 의미를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또 한편, 그 문화권 안에 있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의미를 지닌 축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음력 정월 대보름 같은 명절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1년간을 재앙없이 지내며 복을 받기 위해 그날에 행하는 여러 가지 관습을 서양 사람들 은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무들의 설날'이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의 소축제 투 비스밧도 그처럼 조금은 이상스럽게 여겨지는 이스라엘의 생활축제이다.
투 비스밧(Tu Bi-Shevat)은 스밧달(양력 1-2월) 15일이란 뜻으로 '나무들의 설날'이라고 불리운 다.
이스라엘에서는 주로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리고 여름은 건조하다.
조금씩 그 유래에 관한 견해 가 다르지만 탈무드는 스밧달 15일이 나무들의 설날이 된 것이 바로 이 비 때문이라고 전한다.
이스라엘에서는 1년 강우량의 대부분이 스밧달 15일 전에 내리므로 이날이 지나야 나무들에 물이 오르며 새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날이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나무들의 설날로 정해졌고
구약시대에는 이날 그 해에 사제에게 바칠 십일조를 정했다.
처음엔 단순히 나무들의 새로운 탄생을 기억하고 기뻐하는 날이었던 투 비스밧에 중세 때
'과실 축제(The Feast of Fruits)'의 의미가 덧붙여지면서 그날 이스라엘 땅에서 나는 각종 열매를 먹는 풍습이 생겼다.
그리고 그 풍습은 이스라엘이 세계 각지를 유랑하던 시절에 유다인들과
그 들이 돌아가야 할 옛 이스라엘 땅과의 유대감을 형성시키는 역할을 했다.
'거룩한 땅'에서 나는 열매를 먹으며 유다인들은 그 땅이 아직 살아 있음을 기억하고 곧 회복되리라는 믿음을 확인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19세기 말 이후 유다인들이 팔레스티나에 정착하면서 구체화되었고,
정착촌의 지도자들은 투 비스밧에 새로운 의미-사막을 정복함으로써 땅의 회복과 부흥을 상징하는 날-를 첨가시켰다.
그에 따라 새로운 춤과 노래가 만들어지고, 가장 먼저 열매를 맺는 아몬드 나무가 그 축일의 상징으로 정해졌다.
투 비스밧에 담겨 있는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나무와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이러한 관심은 중세 때는 신비주의자들에 의해 표현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나무를 심는 조림 사업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중세 때 신비주의자들은 나무와 자연 속에서 하느님을 느끼며,
투 비스밧에 파스카의 세다 예식 에서처럼 4잔 의 포도주를 마시는 예식이 생겨났다.
4잔 의 포도주는 각각 4계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제일 처음과 제일 나중에는 흰색과 붉은색의 포도주를 마시고,
가운데 두 번은 그 두 가지 색을 조금씩 다르게 배합하여 자연의 변화를 상징하고자 했다.
정착 이후에는 나무 및 자연에 대한 애정이 조림사업을 통해 표현되었다.
투 비스밧에 어린이 들은 수업을 하지 않고 묘목을 심으며,
외국에 사는 유다인들은 '나무증권'이란 것을 구입함으로 써 조림사업에 자금지원을 했다.
그런데 자연자원, 특히 나무에 대한 관심은 현대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유다의 전통이라고 한다.
랍비들의 가르침과 그 외의 이스라엘 옛 문헌에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생태계 원칙'이 자주 언급되어 있으며,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J.Zakkai)는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다.
"손에 묘목을 들고 심으려고 할 때 누군가가
'메시아가 저기 온다.'고 외치거든 먼저 그 나무를 심고, 그러고 나서 그 분을 맞으러 가라."
각종 열매를 먹고 4잔 의 포도주를 마시는 가정의 식탁예절과 나무를 심는 것 외엔 투 비스밧의 특별한 예식은 없다.
다만 식탁에서 이 날,
자연에 대한 하느님의 권능을 찬양하는 시편 104편과 "성도(聖都)로 오르며 부르는 노래"120-134편을 노래한다.
투 비스밧은 이처럼 역사적 종교적 의미를 지닌 유다의 다른 축제와는 구별된다.
처음에는 나무들의 새로운 탄생을 보며
그 해에 내야 하는 십일조를 정하는 날이었던 나무들의 설날은 시간 이 흐르며
점차 그 의미가 변화되어 오늘날엔 나무 그 자체에 관심을 갖는 날이 되었다.
자연파괴에 대한 두려움과 생태계 회복에 대한 염원이 점점 커져가는 오늘날에 더욱 뜻 깊은 축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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