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경 속 인 물

원을 지킨 한나

dariaofs 2012. 9. 13. 20:34

 

 

  삼손 이후 괄목할만한 민족의 영웅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주변 이방인들과 대치국면에 있었다.


마침내 모세와 비견될 큰 인물이 등장하는 데 그가 바로 사무엘 예언자다.

사무엘의 어머니가 한나다. 한나와 그의 남편 엘카나는 에브라임 산악지대에 살았다.

 

엘카나는 한나 외에 브닌나라는 또 다른 아내를 거느리고 있었다.

한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석녀였다. 아이가 있었던 브닌나는 한나를 몹시 괴롭혔다.


한나는 목이 메어 먹지도 못했다.

 

당시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 큰 수치와 하느님의 벌로 간주되었기에 그녀의 고통과 번민은 너무 컸다.

남편은 속도 모르고 “왜 울기만 해. 내가 당신한테는 아들 열보다 낫지 않소? 슬퍼하지 마시오!” 라고 위로했다.

 

한나는 하느님께 울며 애원하며 기도했다.

아무리해도 인간의 위로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한나가 의지할 데는 오직 하느님이었다.


날이 갈수록 브닌나의 괴롭힘은 심해졌다. “한나, 네가 자식이 없는 것은 하느님의 저주야. 알아들어?”

 

그러나 한나는 마음의 흔들림 없이 하느님께 더 열심히 기도했다.

사람들은 고통이 다가오면 쉽게 신앙이 흔들릴 때가 있다. 그리고 하느님의 존재와 사랑을 의심하기도 한다.

 

한나는 하느님께 서원을 하고 기도했다.


“이 계집종의 가련한 모습을 굽어보소서. 사내 아이 하나만 점지해 주세요. 그러면 그 아이를 하느님께 바치겠습니다.

평생 그의 멀리를 깎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한나는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동안 겉으로 티내지 않고 속으로 신음하듯 입술만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사제 엘리는 그녀가 술주정을 하는 줄 착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술주정을 하려느냐? 어서 썩 일어나지 못해!”

사제 엘리는 한나를 꾸짖었다.

 

한나는 “아닙니다. 사제님, 전 소주한잔, 포도주 한잔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전 아주 정신이 말짱합니다.

저를 행실이 안 좋은 여자로 보지마세요. 너무 서럽고 괴로워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제야 사제 엘리는 “그러면, 안심하고 돌아가라. 하느님께서 네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다.”라고 위로했다.

그제야 한나는 물러나와 음식도 먹고 기운도 차려 얼굴의 수심이 가시게 되었다.

 

사제의 위로 한마디로 힘을 얻은 한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분명히 용기를 얻고 마음의 평화를 느껴 얼굴도 생기를 띠었을 것이다.


옷도 깨끗이 입고 화장도 더 단정히 하지 않았을까.

 

“어! 당신 뭐 좋은 일 있어? 얼굴이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이는데...” 

집으로 돌아온 남편 엘카나는 즉시 한나와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임신하게 되었다.

한나는 달이 차서 아들을 낳자 “야훼께 기도하여 얻은 아이”라 하여 사무엘이라 이름을 지었다.

 

한나는 아이가 젖을 떼자 자신이 하느님께 한 약속대로 성전에 있는 사제 엘리에게 아들을 데리고 가서 말했다.

 

“사제님, 이 아기가 바로 하느님께 기도해서 얻은 아이입니다.

저는 하느님께 이 아이를 바치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이 아이의 한 평생을 야훼께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한나는 사제 엘리에게 아기를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녀도 심한 갈등을 했었을 것이다.

너무나 기다리던 금쪽같은 아들이었다. 눈물의 기도를 거듭하면서 얻은 아들이었다.

 

그녀도 자신의 곁에 두고 키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동안 받은 수모와 고통을 아들을 통해서 위로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는 하느님께 대한 서약을 존중해서 과감히 사무엘을 하느님께 바쳤던 것이다.

 

그녀는 하느님께서 자신의 아들을 기도의 응답으로 주셨음을 분명히 믿음으로 확신했다.

그녀의 이러한 신앙적 봉헌은 결국 사무엘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구원하게 하는 큰 역사를 이루게 했다.

 

사사롭고 개인적인 욕심을 억제하고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켰던 한나의 삶은 우리에겐 큰 본보기가 된다.

우리도 때로는 서원을 하고 열심히 기도를 한다.

 

기도의 응답이 이루어졌을 때 정말 감사하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도 자주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한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 성실한 사람이었다.

 

눈물로 애절하게 기도했던 한나,

고통과 수난을 감수하며 묵묵히 기도로 하느님께만 의지했던 한나,


보통의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과 너무 비슷하다.

 

살아계시면서 늘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셨던 우리들의 어머니,


하늘나라에서조차 그 기도를 잊지 않으시는 그분들의 사랑을 한나를 통해 다시 한 번 기억해본다.

 

 

 

                      ~ 서울대교구 허영엽 마티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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