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 디 피단차(Giovanni di Fidanza)라는 이름의 성 보나벤투라(Bonaventura)는 아버지 조반니 디 피단차와 어머니 마리아 디 리텔로(리텔라)의 아들로 바뇨레조에서 태어났다. 불확실한 전설이긴 하지만 보나벤투라는 아시시(Assisi)의 성 프란치스코로부터 받은 이름이라 한다.
그 자신의 설명에 의하면 그가 어렸을 때 중병에 걸려 거의 죽게 되었을 때 어머니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에게 중재 기도를 바쳐 기적적으로 치유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는 1238년에 작은 형제회 수도자가 되어 영국의 유명한 헤일스의 알렉산데르 문하에서 공부하려고 파리(Paris)로 갔으며, 그로부터 총애를 받는 제자가 되었다.
그는 1248-1255년까지 파리 대학교에서 신학과 성서를 가르쳤는데, 그의 강의는 새로운 탁발 수도자를 반대하던 교수들 때문에 중단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생 아무르의 빌리암을 비롯한 반대자들의 공격에 대항하여 탁발 수도회를 옹호하는 논쟁에 뛰어들어서, “마지막 시대의 환난”과 “그리스도의 가난에 관하여”라는 저서를 남겼다.
마침내 1256년에 교황 알렉산데르 4세가 생-아무르를 단죄하고 탁발 수도회에 대한 공격을 중단시켰다. 탁발 수도회가 파리에서 다시 부흥될 때 그는 성 토마스 데 아퀴노(Thomas de Aquino, 1월 28일)와 함께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와 비슷한 초창기에 성 보나벤투라는 작은 형제회의 총장으로 피선되었고, 수도회의 내부 분쟁자들을 화해시키는 일을 하였으며, 온건한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극단주의 그룹을 단죄하였다.
1260년 나르본(Narbonne)에서 열린 수도회의 총회에서 그는 오랫동안 수도회에 깊은 영향을 주게 되는 회칙에 대한 회헌을 선포하였다. 그는 1265년 요크의 대주교좌를 거절하였고, 1271년에는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Gregorius X)의 선출을 적극 지지하였다.
1273년 그는 알바노(Albano)의 교구장 추기경이 되었으며, 다음 해에 그레고리우스 교황은 로마(Roma)와 동방 교회의 일치를 토의하려는 리옹(Lyon) 공의회의 의사일정을 짜도록 그를 위촉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공의회가 열리고 있는 회기 중인 7월 15일에 리옹에서 운명하고 말았다.
보나벤투라는 중세 시대의 가장 뛰어난 철학자이자 신학자이며 사상가 중의 한 분이다. ‘세라핌 박사’로 알려진 그는 수많은 글을 썼고 또 남겼는데, “베드로 롬바르드의 금언에 대한 주석”,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전기”, “하느님께 가는 영혼의 여정”, “세 갈래 길”, “완덕 생활” 등의 영성 서적을 비롯하여 성서 주석, 약 5백 편의 설교 등이 유명하다.
그는 1482년 4월 14일 교황 식스투스 4세(Sixtus IV)에 의해 시성되었고, 1588년 교황 식스투스 5세(Sixtus V)로부터 교회학자로 선포되었다. 성체와 성합 그리고 추기경 모자가 그의 상징이다.
강론 : (마태 11,20-24)
<회개하지 않는 고을들>
"그때에 예수님께서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마태 11,20)."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은
'코라진, 벳사이다, 카파르나움'인데,
이 고을들은 갈릴래아 호수 주변에 있는 유대인 고을들입니다.
이 고을들과 비교하기 위해서 언급하신 '티로, 시돈, 소돔'은
하느님을 안 믿는 사람들이 살고 있던 이방인 고을들입니다.
기적을 많이 일으키셨는데도 회개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느님의 은총을 많이 받았는데도
그 은총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은총에 응답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할 일은 '회개'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유대인 고을들을 언급하신 것은
사실상 이스라엘 전체를 겨냥해서 하신 말씀이고,
이방인 고을들을 언급하신 것은
사실상 이방인 전체를 가리켜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꾸짖으시는 대상은 사실상 이스라엘 전체이고,
오늘날에는 그리스도교가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꾸중은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마태 21,33-46)'와 연결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비유에서
이스라엘이 제대로 하느님을 섬기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특권을 잃게 될 것이고,
다른 민족에게로 그 특권이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마태 21,43)."
혹시 사람들 가운데에는
"처음부터 은총을 안 받았다면 회개를 안 했다고 혼날 일은 없겠다."
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말은 "처음부터 세례를 안 받았다면
신앙생활을 제대로 안 했다고 혼날 일은 없겠다." 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바라지 않았는데도
예수님께서 일방적으로 기적을 행하신 것은 아닙니다.
당시 사람들은 자기들이 원해서 스스로 예수님에게로 몰려들었고,
예수님께 기적을 간청했습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왔다(마르 1,32)."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마르 6,56)."
당시 사람들은 아쉬울 때에는 예수님을 찾고,
자기들의 급한 사정이 해결된 다음에는 미련 없이 예수님을 떠나버렸습니다.
(물론 병이 나은 뒤에 더 열심히 예수님을 믿고 따라다닌 사람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의 첫 부분을 보면,
아브라함이 하느님을 믿게 된 것은 그가 하느님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를 부르셨기 때문입니다(창세 12,1).
원래 아브라함은 다른 신을 섬겼던 사람입니다(여호 24,2).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신 일은
일방적인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래도 아브라함은 억지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의지로 부르심에 응답했고, 순종했습니다.
그의 후손들의 경우에는 명백하게 자기들이 하느님을 선택했습니다.
"'만일 주님을 섬기는 것이 너희 눈에 거슬리면,
너희 조상들이 강 건너편에서 섬기던 신들이든,
아니면 너희가 살고 있는 이 땅 아모리족의 신들이든,
누구를 섬길 것인지 오늘 선택하여라. 나와 내 집안은 주님을 섬기겠다.'
그러자 백성이 대답하였다.
'다른 신들을 섬기려고 주님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우리에게 없을 것입니다.'
......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너희가 주님을 선택하고 그분을 섬기겠다고 한 그 말에 대한 증인은
바로 너희 자신이다.' 하고 말하자,
그들이 '우리가 증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여호 24,15-22)."
오늘날의 그리스도교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요당해서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세례를 받았다면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혼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원해서 세례를 받았고, 그래서 은총을 받았다면,
그 은총에 응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다면 혼나야 할 것이고...
(사실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세례를 주지 않습니다.)
그러면 또, "갓난아기 때에 유아 세례를 받은 사람은
자기가 원해서 받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라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유아 세례식을 행할 때에
세례 서약은 아기가 아니라 아기의 부모가 하게 되고,
그 아기의 신앙생활에 대한 책임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유아 세례를 받은 사람도 첫영성체는 자기가 원해서 받게 됩니다.
첫영성체 이후의 신앙생활은 본인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예수님께서
은총을 많이 받았는데도 회개하지 않는 고을들을(사람들을) 꾸짖으신 것은
그들이 더 늦기 전에 회개하고 구원을 받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은총을 주었으니 그 대가를 내놓아라." 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응답도 하지 않고 회개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심정은
대가를 받지 못한 '서운함'이 아니라
당신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마태 23,37-39).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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