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4년 8월 15일 가해 성모 승천 대축일

dariaofs 2014. 8. 15. 00:30

 

                                                                                         (루카 1,39-56)

 

<승천>

 

"성모 마리아 하늘나라에 들어올림 받으시니

우리도 천국을 그리며 주 찬미하리다.

마음 깨끗한 이들은 모두 주님 뵙게 되오리니

성모 우리 덕을 향한 길로 인도하여 주옵소서."(성가 259번 3절)

성모 승천 대축일은 성모님께서 승천하셨음을 경축하는 날이고,

동시에 우리도 그렇게 승천할 수 있음을 믿고 희망하는 날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이렇게 노래하셨습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ㄴ-49ㄱ)."

성모님께서 말씀하신 '큰일'은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신 일부터 승천까지를 모두 포함합니다.

 

만일에 성모님의 생애가 예수님을 낳고 키우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목격하고,

예수님의 부활, 승천 다음에

사도들이 박해를 받고 순교하는 것을 지켜본 것으로 끝났다면?

물론 그래도 성모님은 마지막까지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으셨겠지만,

지금 우리의 믿음과 희망은 많이 막연한 상태로 남아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인간을 대표하는 누군가가

당신처럼 승천해서 우리의 믿음과 희망이 구체적인 현실이 되기를

(생생하게 살아 있는 믿음과 희망이 되기를) 바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표자로는 성모님이 적임자이십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어머니이시고,

우리의 어머니이신 분께서 지금 계신 곳에서

우리도 함께 지낼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 속에서

그분이 가신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활은 단순히 죽었다가 살아나는 일이 아니라

죽음을 완전히 정복하는 일이고,

영원히 죽음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파멸되어야 하는 원수는 죽음입니다(1코린 15,26)."

승천은 단순히 하늘로 올라가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는 일이고,

하느님의 생명을 함께 누리는 일입니다(마르 16,19).

신앙생활의 마지막 목적지는 바로 그곳, 그리고 그 상태입니다.

 

그런데 만일에 그 목적지가, 즉 종말의 하느님 나라에서의 삶이

지금의 삶과 분리되어 있다면(상관이 없다면),

자살이라도 해서 하루라도 빨리 그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지금의 삶'과 '그때의 삶'이 하나로 이어져 있고,

사실상 '하나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의 지상 생애는

단순히 종말의 삶을 얻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사는 것입니다.

신학 용어로는 종말을 흔히 '이미, 그러나 아직'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신앙생활은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향해서 가는 생활이기도 하고,

그 생명을 미리 사는 생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잉태를 받아들이셨을 때,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승천과 승천 후의 삶까지 받아들이신 것이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누구는 끝까지 잘 가서 생명을 완성할 것이고,

누구는 중간에 옆길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마침 성모 승천 대축일은 광복절이기도 하니까

우리나라의 독립과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독립투사들은(우리 민족은) 독립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었고, 희망했고,

그래서 싸워서 얻었습니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독립이 완성되었을까?

민족은 아직도 분단 상태이고 군대의 작전권을 완전히 되찾지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독립을 되찾았지만 아직은 완성된 독립이 아닙니다.

그래도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고,

모든 면에서 완전한 독립국이 될 때가 올 것입니다.

만일에 노력하지 않고 외국의 도움이나 받으려고 한다면

껍데기만 독립국이고

실제로는 식민지와 다를 것 없는 나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모든 신앙인은 하느님 나라로 들어오라는 초대장을 받았고,

많은 은총 속에서 살고 있고,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하느님의 생명을 체험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 생명이 완성되는 날까지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방심하거나 자만심에 빠진다면, 또는 유혹에 빠져서 빗나간다면,

음식을 맛만 보고 먹지는 못하는 사람처럼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은

성모님의 승천을 경축하는 날이기도 하고,

승천하실 때까지의 성모님의 삶을 묵상하고 본받는 날입니다.

성모님처럼 승천하려면 우리도 그분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승천의 영광을 얻으신 것은

단순히 예수님의 어머니라는 이유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모든 점에서 그 영광을 얻을 수 있는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성모님은 아버지의 뜻을 실행한 이들 가운데 첫 자리에 계신 분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