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26-38)
오늘은 천사가 마리아를 방문하여 예수님의 탄생 예고를 합니다.
인류 역사 속에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 세상의 발자취를 결정짓게 했던 커다란 사건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근대에 프랑스의 시민혁명, 아메리카의 독립, 러시아 혁명 등 열거하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서 속에는 그 이상으로 인류 역사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성모영보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라고 마리아가 대답한 그 순간에 인류의 역사는 완전히 바뀝니다. 믿음의 빛 속에서 본다면, 이만큼 큰 사건은 없습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 본다면, 세상의 한 구석에서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않았던 보잘 것 없는 사건에 불과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열두 살 때에 성전에서의 에피소드를 보면, 마리아 자신도 그 중대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결단은 인류 역사를 바꾸어 버릴 만큼 중대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그것은 구약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구약의 역사는 아담과 하와의 낙원에서의 추방과 동시에 시작되었습니다.
인류 조상이 금단의 나무 열매에 손을 뻗치고 나서, 인류의 삶은 대잔연과의 투쟁, 폭력과 살인으로 가득 찬 험난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틈만 보이면, 인간은 순식간에 다른 사람에 의해서 짓밟혀 버리게 되었습니다.
상처를 입고 쓰러져 가는 무력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눈물과 외침으로 가득찬 세상. 그러한 세상에 하느님께서는 언젠가 구세주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실로, 구약의 역사는 죄지은 인간들의 역사임과 동시에,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구세주를 기다리는 역사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한 동시에, 그 순간에 새로운 구원의 역사의 문이 열렸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빛이 복음이 되어 인류를 비추고, 무한한 사랑이 모든 사람들을 감싸고, 하느님의 생명이 인류에게 비춰져 가는 길이 열려 가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마리아의 순명입니다. 마리아를 통해 이 모든 일을 이루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성모 마리아의 이 자유로운 동의에 감사드립시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시어 우리 곁에 계십니다. 사랑이신 주님은 찬미 받으소서. 아멘.
유영근 야고보 신부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성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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