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빈첸시오(Vincentius)는 사라고사의 주교인 성 발레리우스(Valerius, 1월 28일)의 제자로서 부제품을 받고 백성들에게 설교하고 가르치는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던 중, 그 당시 에스파냐의 총독이었던 잔인한 박해자 다치아누스의 명에 의해 순교하였다.
디오클레티아누스와 막시미아누스 황제는 303년경에 그리스도교 성직자를 반대하는 두 번째, 세 번째 칙서를 반포했고, 연이어 평신도 박해 칙서를 내놓았다. 성 빈첸시오의 순교 전에 이미 사라고사에서는 18명의 순교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교인 성 발레리우스와 함께 순교할 결심을 단단히 한 후 온갖 고문을 받았다.
다치아누스는 산송장이 된 그의 육신을 황량한 들판에 던져 버림으로써 맹수와 독수리의 밥이 되게 하였다. 에스파냐 최초의 순교자로 현재 포르투갈의 수호성인인 성 빈첸시오의 상본은 종려가지를 쥐고 있는 부제 모습이나 철판 위에서 고문을 받는 모습으로 주로 묘사되어 있다.
강론 : (마르 3,7-12)
<군중이 호숫가로 모여들다.>
예수님께서 호숫가에 계실 때 군중이 몰려와서 예수님을 밀쳐 대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시고
군중과 거리를 두십니다(마르 3,7-10).
또 쫓겨난 마귀들이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를 지르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십니다(마르 3,11-12).
1) 예수님께서는 왜 사람들과 거리를 두시면서
사람들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을 피하신 것일까?
좀 더 가까이 사람들에게 다가가셨어야 하는 것 아닌가?
2) 예수님께서는 왜 마귀들에게 침묵을 지키라고 명령하셨을까?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분이라는 것은 널리 선포되어야 하는 복음이 아닌가?
-1) 복음 말씀을 보면, 사람들이 병의 치유를 원해서
예수님에게 손을 대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마르 3,10).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병을 안 고쳐 주려고 하셨던 것일까?
지금 이 상황은 예수님께서 설교를 하려고 준비하시는 상황이지만,
설교만 하시고 병은 안 고쳐 주려고 하시는 상황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하실 때에는 그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씀은 안 듣고 병을 고치는 일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영혼의 구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몸의 건강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실 때까지 못 기다린 것이 아니라,
아마도 아예 안 들으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현세적인 이유로만 종교를 찾는 모습이 있습니다.
'구원'이나 '진리'가 아닌,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면서,
또는 내세가 아닌 현세적인 복만 바라면서 예수님을 찾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랬다가 바라던 것을 얻으면 더 이상 아쉬운 것이 없으니 떠나고,
바라던 것을 얻지 못하면 실망해서 떠나고...
그런 태도를 신앙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세례를 받기 전에 먼저 예비신자 교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군중이 예수님을 밀쳐 댄다는 말에서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던 여자의 이야기가 연상됩니다.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르며 밀쳐 댔다.
그 가운데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가 있었다(마르 5,25)."
군중이 예수님을 따르며 밀쳐 댔다는 것은
병을 고치기 위해서 그 여자처럼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복음서 저자는 그 여자가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군중 가운데에서 그 여자만 치유의 은총을 받았는지,
아니면 치유의 은총을 받은 사람이 많았지만 복음서 저자가 생략한 것인지...
그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 라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믿음이 없다면 예수님의 옷을 만져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호숫가의 상황도 비슷한데,
예수님은 자비로우신 분이니까 병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모두 고쳐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병자 쪽에서도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믿음이 없는 병자를 예수님께서 고쳐 주신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사람은 몸의 병을 고쳤다고 해도 구원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예수님께서 뒤로 물러나셔서 설교를 먼저 하시려고 한 것은
정말로 희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정말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가르치기 위해서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예비신자 교리 같은 것.
-2) 마귀들이 예수님 앞에 엎드려서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라고 소리를 지른 것은 '신앙고백'이 아닙니다.
마귀들이 한 말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가 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항복하겠다,
그러니 우리를 내버려 두어라." 정도의 뜻입니다.
뒤의 5장을 보면, 마귀가 예수님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마르 5,7)." 라고 외칩니다.
마귀들은 지옥으로 쫓겨나는 것을 무서워합니다(마르 5,10).
그래서 그것을 피하려고 예수님께 굴복하는 척 하는 것입니다.
마귀들이 예수님의 신원을 폭로하려고, 또 예수님의 활동을 방해하려고
그런 말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분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아직은 그것을 공공연하게 말할 때가 아닙니다.
당시 상황에서 그 말은 박해와 탄압을 초래할 수 있는 말입니다.
더욱이 마귀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고,
마귀를 통해서 그런 말이 퍼지는 것 자체가
예수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마귀들이 하는 말을 부정하지는 않으셨지만,
침묵을 지키라고 명령하십니다.
"나는 믿는다." 라는 말은 정말로 믿을 때에만 참말이 됩니다.
속으로는 안 믿으면서 믿는다는 말을 한다면, 그 말은 당연히 거짓말입니다.
또 '삶'으로는 전혀 신앙생활을 안 하고, 신앙인답게 살지 않으면서,
말로만 믿는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상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우리는 마귀들도 입으로는 예수님께 "주님, 주님!" 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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