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오로 미키(Paulus Miki, 三木)는 지금의 오사카 인근 도쿠시마(德島)에서 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세례를 받고, 10여 세 되었을 무렵 아즈치야마(安土山)의 예수회 신학교에 제1회 입학생으로 들어가 22세 때인 1585년 졸업과 동시에 수사가 되었다.
수사가 된 성 바오로 미키는 타고난 성품과 열정으로 전교 활동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후에 주교 마르티네즈(Martinez Pedro)를 따라 오사카(大阪)에서 활동하던 중 예수회 신부인 오르간티노(Organtino Gnecchi-Soldi)의 눈에 띄어 게이한(京阪, 교토와 오사카) 지방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후 그는 불교 승려들과 많은 토론을 벌였고, 자신이 저술한 교리서들을 통해 불교 신자들을 깨우치기도 하였다.
당시 일본 교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1587년에 선교사 추방령을 내린 적이 있었지만, 1590년 순찰사 발리냐노(Valignano Alessandro)가 인도 부왕(副王)의 사절 자격으로 히데요시를 방문한 뒤에는 금교의 제약 속에서 조심스럽게 활동을 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1596년 작은 형제회 회원들이 금교를 무릅쓰고 교토 일대에 성당과 수도원을 건립하는 등 공공연한 전교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히데요시의 반감을 사게 되었고, 그 결과 1597년 초에는 교토와 오사카 일대에서 활동하던 작은 형제회 회원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지게 되었다.
이 박해로 게이한 지방에서 체포된 사람들은 작은 형제회 수사 6명, 예수회 수사 3명과 일본인 신자 15명 등 24명이었다. 성 바오로 미키는 이때 오사카에 있다가 뜻하지 않게 체포되어 1597년 1월 1일 교토의 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어 그는 1월 3일 다른 동료들과 함께 오사카를 거쳐 1월 9일에는 나가사키로 출발하였고, 27일 동안 혹한 속을 걸어서 2월 5일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이들 일행은 도중에 일본인 신자 2명이 자진하여 체포됨으로써 모두 26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날 저녁, 성 바오로 미키는 동료들과 함께 나가사키(長崎) 해안 근처에 있던 니시사카(西坂) 언덕으로 끌려가 십자가형을 받고 순교하였으니, 당시 그의 나이는 33세였다. 순교 직전에 그는 당당한 얼굴로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천주교 교리를 설명하였으며, 복음이 널리 전파될 것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그는 1627년 교황 우르바누스 8세(Urbanus VIII)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1862년 6월 8일 교황 비오 9세(Pius IX)에 의해 동료 순교자들과 함께 26위의 일본 성인 중의 한 명으로 시성되었다.
강론 : (마르 6,14-29)
<헤로데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다.>
"예수님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마침내 헤로데 임금도 소문을 듣게 되었다.
... 헤로데는 이러한 소문을 듣고,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하고 말하였다(마르 6,14-16)."
헤로데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기쁜 소식'이 아니라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소식'과 '소문'은 분명히 다릅니다.
'소식'을 전하는 것은 사실 그대로(또는 들은 그대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문'을 전하는 것은
사람들의 의견이나 추측이 덧붙여져서 돌아다니는 불확실한 말들을 듣고
다시 자기의 생각을 덧붙여서 알려주는 것입니다.
아마도 당시의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고,
주로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기적에 대해서만 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죽은 세례자 요한이 되살아나서 예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아니다. 엘리야가 온 것이다.",
"아니다. 예수는 옛날의 예언자들과 같은 예언자다." 라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다투기도 하고,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헤로데의 신하들은 그런 소문들을 모아서 헤로데에게 전했을 것이고...
마르코복음 2장에
예수님에 관한 소문이 퍼져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분께서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퍼지자,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마르 2,1-2)."
'그분께서 집에 계시다는 소문'은
"병을 잘 고친다고 소문이 퍼진 예수님께서 집에 계신다는 소식"입니다.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예수님께서 병을 잘 고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고,
또 그분이 지금 집에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르코복음 3장에도 예수님에 관한 소문이 돌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마르 3,21)."
이 말은 예수님이 미쳤다는 소문이 퍼졌고,
친척들이 그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붙잡으러 나섰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당시에 예수님에 관해서 좋은 소문만 퍼진 것이 아니라
나쁜 소문도 많이 퍼졌음을 나타냅니다.
마태오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무덤을 지키던 경비병들은
무덤에서 일어난 일을 사제들에게 보고합니다(마태 28,11).
이것은 자기들이 직접 본 것을 말한 것이고, '소식'을 전한 것인데,
사제들은 경비병들에게 돈을 주면서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시체를 훔쳐 갔다."
라는 소문을 퍼뜨리게 합니다(마태 28,12-14).
그래서 그 이후에 오늘날까지(마태 28,15)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과
제자들이 시체를 훔쳐 갔다는 '소문'이 대립하게 됩니다.
그런데 듣는 쪽에서 정확한 '소식'인지, '헛소문'인지를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해도 헛소문이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고,
헛소문인데도 정확한 소식이라고 믿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우선 자기가 먼저 그 소식을 믿고 있어야 합니다.
믿음도 없이 '기쁜 소식'을 전한다면 듣는 쪽에서도 안 믿을 것입니다.
이천 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메시아께서 세상에 오셔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다는 소식,
누구든지 회개하면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식,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고
우리도 그렇게 부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은 '기쁜 소식'입니다.
단, 그것을 믿고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만.
믿지도 않고 희망하지도 않는 사람들은
여전히 헛소문, 또는 헛소리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헤로데는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듣고
자기가 죽인 요한이 되살아났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그의 미신적인 불안감을 나타냅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그의 여러 가지 모습을 전부 종합해서 생각하면,
이 불안감은 자기가 죄를 지었음을 의식하는 '양심의 가책'은 아닙니다.
이것은 "요한이 정말로 하느님의 예언자였던가?
그러면 내가 하느님의 예언자를 죽였다는 것이 되는데,
그 일 때문에 혹시라도 해로운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라는 불안감입니다.
(되살아난 요한이 보복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또는 천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러면서도 "내가 뭘 잘못했지?" 라는 오만함...)
헤로데가 하느님을 믿었는지, 내세, 심판, 부활 등을 믿었는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
안 믿었더라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자기가 죽인 요한이 되살아났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죽은 사람이 부활할 수도 있음을 믿었다는 뜻이 되는데,
그렇더라도 그리스도교의 부활 신앙과 같은 믿음은 아닙니다.)
우리는 헤로데의 모습에서
회개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이 편안한 것도 아닌 죄인의 모습을 봅니다.
아무리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절대 권력자라고 해도
'영혼의 평화'를 자기 마음대로 얻어 누리지는 못합니다.
양심이라는 것이 아예 없어서 양심의 가책을 안 느낀다고 해도
죄 속에서 살고 있다면 '참 평화'는 없습니다.
자기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의심과 불안이라는 감옥에 가두게 됩니다.
이것은 심판을 받기 전부터
이미 스스로 지옥에 가 있는 것과 같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진정한 회개.'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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