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5년 2월 11일 나해 연중 제5주간 수요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세계 병자의 날)

dariaofs 2015. 2. 11. 00:30


교회는 해마다 2월 11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고 있다. 이는 프랑스 루르드의 성모 발현에서 비롯되었다.

 

성모님께서는 1858년 2월 11일부터 루르드에 여러 차례 나타나셨는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2년부터 해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인 이 발현 첫날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도록 하였다.

 

이날 교회는 병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하여 기도한다. 또한 병자들을 돌보는 모든 의료인도 함께 기억하며 병자들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책임감을 다지도록 기도한다.

 

강론   :   (마르 7,14-23)

 

<죄의 원인과 책임>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도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그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느냐?

그것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밝히신 것이다(마르 7,18-19)."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20)."

 

예수님의 말씀은 음식에 관한 구약시대 규정들을 모두 폐지하시는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부정한 음식을 먹으면 부정하게 된다는 것이 구약시대의 사고방식이었는데,

예수님께서는 모든 음식은 깨끗하다고, 즉 부정한 음식이란 없다고 선언하시고,

사람이 부정하게 되는 것의 원인은 그 사람 자신에게 있다고 가르치십니다.

음식이든 무엇이든 간에 물질 자체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좋은 것입니다(창세 1,31).

그러나 사람들이 악한 용도로 사용한다면 악의 도구가 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죄의 원인'은 죄를 짓는 사람 안에 있다는 가르침이고,

일차적인 '죄의 책임'도 죄를 지은 그 사람에게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간단하게 줄이면, 남 탓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일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첫 번째 죄이기도 하고,

뭔가를 먹어서 지은 죄 가운데 대표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담과 하와의 죄에 대해서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죄의 원인과 책임은 누구에게(무엇에게) 있는가?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은 것은 선악과가 원래 악한 열매였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런 나무를 만들어 놓으신 하느님 때문에 죄를 지은 것인가?

또는 나무 열매를 따 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명령 때문인가?

만일에 하느님께서 그런 나무를 만들지 않으셨다면,

또는 그 열매를 먹지 말라고 명령하지 않으셨다면,

아담과 하와가 그 열매를 먹은 일이 죄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일도 없었을 것 아닌가?

 

하느님께서 왜 인간들이 먹으면 안 되는 나무 열매를 만들어 놓으셨는지,

또 인간들이 따 먹을 것을 아셨으면서도 왜 금지 명령을 내리셨는지,

또 죄를 짓는 것을 막지 않고 내버려 두셨다가 왜 나중에 벌을 내리셨는지...

많은 부분들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만일에 선악과가 죄의 원인이라면,

하느님께서는 처음부터 그런 나무를 만들지 않으셨거나,

아니면 나중에라도 그 나무를 없애셨을 것입니다.

또는 그런 나무를 만드신 당신 자신의 책임이라고 선언하셨거나,

아니면 열매를 따 먹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셨거나...

그렇게 하셨을 텐데, 그렇다면 그분은 하느님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죄에 대해서 가장 먼저 뱀(사탄)을 심판하셨습니다.

그 열매를 먹어도 된다고 (하느님의 명령을 어겨도 된다고)

사탄이 하와를 유혹한 것은 '죄를 짓게 만든 죄'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명령을 어긴 것은

아담과 하와 자신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한 일입니다.

그래서 그 죄는 그들 자신들의 죄이고, 책임도 그들에게 있습니다.

(열매에서 죄가 나온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 안에서 죄가 나왔습니다.)

 

하느님께서 처음에 아담에게 왜 열매를 따 먹었느냐고 물으셨을 때,

아담은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창세 3,12)." 라고 대답합니다.

이 말은 "죄의 일차 책임은 당신에게 있고,

그 다음에는 당신께서 주신 여자에게 있습니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죄인들의 상투적인 변명입니다.

 

카인의 살인죄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죄의 원인은 무엇이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제사가 원인인가?

하느님께서 아벨의 제사만 받으시고 카인의 제사는 안 받으신 일이 원인인가?

그러면 그 살인죄의 책임은 하느님에게 있는가?

아니면 아벨에게 책임이 있는가?

 

카인의 살인죄의 원인은 처음부터 그의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제사를 제대로 바치지 않게 만든 그의 마음속의 어떤 것,

그리고 제사를 바친 뒤에 하느님과 아벨에게 느낀 시기, 질투, 분노 등.

카인은 하느님께서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라고 물으셨을 때,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라고 대답합니다(창세 4,9).

아담은 죄의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변명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죄를 지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카인은 아예 모든 것을 부정했습니다.

자기에게는 전혀 죄가 없다는 태도입니다.

아담보다 더욱 악한 모습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죄를 지은 다음에 아담처럼 변명할 때도 많고,

카인처럼 아예 모든 것을 잡아뗄 때도 많은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덮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입니다.

"제 탓입니다." 라고 진실하고 겸손하게 고백하는 것.

 

그런데 진짜로 외적인 환경과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죄를 짓는 상황 속으로 내몰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도움도 주지 않고 박해만 해서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죄를 짓는 경우.

 

그런 경우에도 죄가 죄 아닌 것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 안에서 죄가 나온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 개인만의 죄인가, 모두의 죄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 사회와 국가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사람들에게

먼저 죄를 물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는 않고 환경과 여건 탓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아담의 변명과 다르지 않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