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쁜 영 상 시

또 한 해를 보내며

dariaofs 2012. 12. 31. 00:24

 

 

 

 

 

우리는 순결하지 못했습니다.

 

맑고 순결한 아름다움을 꿈꾸면서도

우리 눈과 귀와 입을

맑고 순결하게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쾌락과 기쁨을 분별 못하고

감각적인 것에 탐닉한 적이 많았으며,

내면의 뜰을 가꾸는 일에 소홀했습니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대한 호기심,

지나친 성취욕, 무절제한 삶으로

일상의 균형을 깬 적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겸손하지 못했습니다.

 

실수한 것에 대한 충분히 반성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겸손과 용기가 부족했습니다.

 

감사해야 할 일들을 찾아

기뻐하기보다 불평을 자주 했으며,

선의의 충고조차 선선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을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합리화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서로를 관심 있게 바라보고 들어주고

배려하는 자비심이 부족했습니다.

 

다른 이의 허물을 감싸주고 이해하기보다

참을성 없는 몸짓과 언어로 상처를 주었으며,

때로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요구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어려운 이들을 실제로 돕기보다

말로만 위로하거나 아예 무관심한 적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평화롭지 못했습니다.

 

다른 이의 고통과 불행에

깊이 동참하는 노력을 게을리했고,

방관자의 입장으로 지켜보는 마음엔

평화가 깃들지 않아 괴로웠습니다.

 

평화는 먼 데 있는 꿈과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회개하고 용서하고 나눔으로써

이루어내야 할 구체적 열매임을

새롭게 배운 한 해였습니다.

 

"그날 밤의 꿈이 평화스럽도록 하루를 살고,

노년의 삶이 평화스럽도록 젊은 시절을 살고,

 

내세의 삶이 평화스럽도록 노년을 살라"는

인도의 격언을 매일 한 번씩 외우며

 

걸어왔던 한 해를 보내고

다시 고마운 마음으로 새해의 언덕을 넘으려 합니다.

 

같은 잘못 반복해도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있어

우리는 다시 웃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 이해인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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