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5년 9월 14일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dariaofs 2015. 9. 14.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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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 져야 한다.”

 

오늘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십자가가 거룩하다고 하면서

그 거룩한 십자가를 높이 우러르며 찬양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잘들 아시다시피 십자가는 죽음의 틀인데

이 죽음의 틀을 거룩하다고 하며 현양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십자가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으셨기 때문입니까?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거기서 돌아가시기만 하셨다면

이 십자가는 오히려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운 것이 되겠지요.

 

만일 자신이 사준 자동차 사고로 아들이 죽은 부모가

그 자동차를 본다면 그것이 얼마나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우며,

자기가 그것을 사준 것이 얼마나 한탄스럽겠습니까?

그것을 그대로 나두지 않을 것이고, 빨리 폐차하겠지요.

 

그러므로 십자가가 거룩하고 십자가를 우러르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돌아가시면서

죽여 없애야 할 것들을 바로 그 십자가에 못 박으셨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죽여 없애야 할 것들이란 어떤 것들입니까?

죽음과 죽음의 두려움.

세상 즐거움과 욕망.

이 세상 애착과 교만,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이것을 바오로 사도는 갈라디아서에서 이렇게 표현합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십자가에 못 박혔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그런데 십자가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알아듣기 쉽지 않은 말씀인데 제가 이해한 것은 이렇습니다.

 

세상이 이제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살고 있어도 세상 재미는 아무 재미가 없고,

이 세상의 재물이나 성공 같은 것이 이제 다 헛것인 겁니다.

 

그런데 내게 있어 세상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것이나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것이 사실은 같은 것입니다.

내가 죽으면 이 세상도 내 안에서 죽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나도 죽고 세상도 내 안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다 죽고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까?

 

이에 대해 사도 바오로는 같은 갈라디아서에서 다시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죽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것이 되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내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나 혼자 죽고 나만 죽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허무하고 억울한 것이기에

내가 죽을 때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실 때는

다른 데서 부활하시지 않고 내 안에서 부활하시게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십자가에 못 박혀 매달리는 것은

같은 십자가에 같이 못 박히고 매달린다는

그리스도와의 깊은 인격적인 매달림이어야 할 것입니다.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