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3,24-32)
<무화과나무의 교훈>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마르 13,28-32)."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라는 말씀은,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교훈을 얻어라." 라는 뜻입니다.
무화과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나무는
계절이 바뀔 때가 되면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 스스로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은, 인간들도 다가오는 '그 날'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
스스로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 준비는 '회개'입니다.
당시 그 지역에서는 여름이 추수철이었습니다.
성경에서 '추수'는 심판을 뜻합니다.
그래서 여름이 가까이 왔다는 말은 추수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고,
예수님의 말씀은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심판받을 준비를 하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마르코복음 13장 14절-23절에 기록되어 있는 '환난'을 가리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신성 모독(마르 13,14), 전쟁(마르 13,14-20),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예언자들의 출현(마르 13,21-23) 등이 언급되어 있는데,
넓은 뜻으로는 평화스러운 신앙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모든 재난, 고통, 시련 등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라는 말씀은,
"재림과 심판이 곧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라." 라는 뜻이고,
너무 늦기 전에 회개하라고 경고하시는 말씀입니다.
도대체 그때가 언제인가?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물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고 대답하셨습니다(루카 17,20-21).
이 말씀은 '이미' 와 있다는 뜻입니다.
또, 종말과 심판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추수철은(심판은)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심으로써 이미 시작되었고,
'완성'을 향해서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무화과나무와 여름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은
먼 미래의 일을 예언하신 것이 아니고,
이미 시작되어서 진행 중인 일을 말씀하신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이렇게 바꿔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느덧 무화과나무의 가지가 부드러워졌고 잎이 돋았다.
여름이 벌써 가까이 와 있다. 추수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심판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은 세례자 요한도 했던 말입니다.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마태 3,10)."
요한 1서 저자도
"자녀 여러분, 지금이 마지막 때입니다(1요한 2,18)."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라는 말씀에서
'이 세대' 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해석하기가 어려운 말입니다.
이 말이 어떤 특정 세대를 뜻하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어떻든 예수님 말씀의 강조점은 '이 세대' 라는 말이 아니라
'일어날 것이다.' 라는 말에 있습니다.
이미 시작된 종말과 재림과 심판이 '완성'되는 날이 꼭 온다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씀도
종말과 재림과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말씀입니다.
'내 말'을 넓은 뜻으로 생각하면, 종말에 관한 말씀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모든 말씀은 다 진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만일에 진리가 아닌 말씀이 단 하나라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그 하나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 전체를 믿을 수가 없게 되고,
예수님도 믿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라는 말씀은,
글자 그대로 종말이 완성되고 심판을 받게 되는 때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 날과 그 시간을 계산해서 미리 알아내려고 하지 마라." 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종말의 날'을 계산해서 미리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 날이 되었을 때, 그때 가서 회개해도 될 것이다." 라는 속셈이 숨어 있습니다.
회개를 나중으로 미루다가 멸망을 당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회개는 '지금' 해야 하는 일입니다.
'모른다.' 라는 말이 '정해져 있지 않다.' 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을 정하는 것은 아버지 하느님만의 권한입니다.
(그래서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아직 정하지 않으셨으니 아들도 모를 수밖에...)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고 나서 벌써 이천여 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종말에 관한 말씀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안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당장에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심판의 날이 갑자기 닥칠 확률이 더욱 높아집니다.
(각 개인의 인생에서도 살아온 날들이 많아질수록 남아 있는 날들이 짧아집니다.
'그 날'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한데, '그 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왜 다들 "적어도 오늘이 '그 날'은 아닐 것이다." 라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지?)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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