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아빠처럼 자식을 낳아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내 인생이 고통스러운데 삶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또 다른 생명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엄마처럼 희생하며 살 자신도 없습니다.”
30대 중반의 사업가 미혼 여성인 김 아녜스씨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은 하겠지만 자녀를 낳아 기를 자신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생명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시대다.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의 등장이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최근 청소년의 자녀관과 결혼관을 조사한 결과가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중ㆍ고등학생 1179명 중 ‘어른이 됐을 때 반드시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청소년이 5명 중 1명(21.1%)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계는 최근 30년간 지속돼 온 저출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지적하고, 저출산 극복을 위해 종교계가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이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생명의 교회’인 가톨릭 교회는 임신과 출산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생명을 선물로 받아들이기 위해 그리스도인은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공동으로 신년 기획 ‘생명과 함께’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순서
① 생명을 받아들이는 준비와 인간 생명에 대한 교회 가르침
②~③ 난임 부부와 자연출산조절법(Ⅰ,Ⅱ)
④이른둥이들이 신생아중환자실에 간 사연
⑤ 미혼모가 아니라 엄마입니다
![]() |
| ▲ 2014년 9월 첫 아이를 출산한 최정은(엘리사벳)씨. 갓 태어난 아기를 배 위에 올려 놓고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남편은 아내와 아이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있다. 최정은씨 제공 |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첫 아이를 임신한 최정은(엘리사벳, 36)씨는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사실 얼떨떨해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연했다”고 털어놨다.
“배가 불러오면서 태동이 느껴졌고 그때부터 태교를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씨는 아이와 만나는 소중한 첫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출산 직후, 아기와 교감하며 아빠가 편지를 읽어주게 하는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았다.
지난해 가을, 둘째 아이를 출산한 강지혜(안나, 35)씨는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엄마가 태교에 신경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태아에게 집중하는 시간보다도 꾸역꾸역 일하다가 쉬고 싶은 생각만 가득한 채 퇴근한 날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강씨는 “장애아 선별 검사를 비롯해 산모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검사가 너무 많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혼인성사의 은총으로 가정 공동체를 이루는 부부는 출산을 통해 하느님 모상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가정공동체」 28항 참조)을 부여받는다.
생명을 전달하는 임무를 통해 부부는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처음 경험하는 부부에게 신앙인으로서 생명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쉽진 않다.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에서 태교 강의를 하는 성옥경(가타리나, 안양 맘스베베자연출산조산원)씨는 “산모는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태아를 축복하는 기도를 하는 것이 좋다”면서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짜증이 나면 태아도 고스란히 엄마의 부정적 감정을 전달받게 된다”고 말했다.
성씨는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잘 털어버리고, 태아에게 아빠의 목소리를 자주 들려줄 것을 권했다.
또한 가톨릭 교회는 피임으로 부부의 생식 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부부 사랑의 내적 진리를 왜곡하는 것으로 본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하느님께서는 자연의 법칙과 임신의 시기를 지혜롭게 마련하셨기에 필연적으로 다음 출산까지 일정한 간격이 생기게 되어 있다”며 어떠한 부부 행위든지 인간 생명을 출산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함(「인간생명」 11항)을 강조했다.
“인간이 어느 정도 하느님의 주권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 생명 그 자체를 위해서 창조되었다는 특별한 의무 안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 책임은 남자와 여자가 혼인하여 출산을 통해서 생명을 주는 것에서 그 절정에 다다릅니다”(「생명의 복음」 43항).
“출산이 임박했을 때 두려운 마음과 걱정이 가득했지만 기도했습니다. 성모님은 마구간에서도 예수님을 건강하게 낳으셨으니 나도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다고 되새겼어요.”
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묵주기도와 성경 필사로 새 생명을 맞은 엄마가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육아휴직 중인 조효숙(율리에타, 34, 수원교구 안산 고잔본당)씨.
그는 3년 전 첫 아이를 갖기 전부터 남편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묵주기도를 시작한 계기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였습니다. 남편의 쾌유와 함께 우리 부부 사이에 생겨날 아기를 위해 기도했어요. 부모님과 함께 남양 성모성지를 찾아 100단 묵주기도도 함께하고요.”
기도가 생활화되어 있는 조씨는 첫 아이 태교로 퇴근 후 잠언을 필사했다.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잠언 필사로 날려버릴 수 있었다.
둘째를 임신하기 전에는 가까이 지내는 영적 친구와 휴대 전화로 54일 기도를 바쳤다. 일상은 육아로 전쟁이었지만 임신과 출산, 양육 그 모든 과정은 인간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터졌던 때였다.
“아기를 낳고 나니 아이들을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적 친구와 전화로 바친 묵주기도의 지향은 둘째 아이의 임신에만 있지 않았다. 탈핵과 정치ㆍ경제인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더 많이 기도했다.
조씨는 “아이들이 아플 때 아이들은 나의 소유가 아닌 하느님이 주신 선물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면서 “그저 건강하게 내 옆에 있어 주는 것 자체가 감사할 일”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조씨는 두 아이 모두 조산원에서 출산했다. 의료적 도움을 받지 않고 엄마와 태아의 힘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출산하고 싶었다.
그는 “늘 기도하면 여유가 생기고 화도 덜 내고, 안정적인 엄마가 되어 줄 수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엄마처럼 묵묵히 뒤에서 기도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릴 땐 내 잘난 맛에 엄마처럼 안 산다고 했는데,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만큼 할 수 있을까 싶다”며 웃었다.
이지혜 기자(평화신문)
'기 획 특 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자비의 특별 희년] (6)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경찰사목 선교사 김선심(모니카)씨 (0) | 2016.01.08 |
|---|---|
| [생명과 함께] ② 난임 부부와 자연출산조절법(Ⅰ) (0) | 2016.01.07 |
| [자비의 희년, 무엇을 할 것인가] (4) 희년의 개인적 차원 (0) | 2016.01.01 |
| [자비의 특별 희년] (5)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원목봉사자 허정애(엘리사벳)씨 (0) | 2015.12.31 |
| [신년 르포] PC방·노래방보다 더 좋은 ‘아지트’가 있잖아! (0) | 2015.12.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