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마르타의 괘씸죄, 그리고…
마르타가 잘못한 이유
마르타는 예수님께 뭔가 정성껏 대접하기 위해 분주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예수님 발치에 앉아 있는 동생이 얼마나 얄미울까요. 그 바쁜 마르타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일까요?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르타가 예수님에게 명령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그 말씀을 자신이 반복하고 있지는 못할망정, 마르타는 예수님에게 자신이 하는 말을 예수님께서 그대로 반복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사실 자세히 따져보면 기가 막힐 일이지요.
집안에서도 어린 자녀들이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있어야 하는데, 거꾸로 자녀가 부모에게 명령하면 되겠습니까?
마리아는 왜 그렇게 주님의 발치에만 앉아 있는 것일까요? 바쁘게 움직이는 언니를 제쳐 놓고 예수님께 다가가 그분의 말씀을 귀담아들으려고 처음부터 작정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것을 막연하지만 알아본 것입니다.
그러니까 언니의 면박을 들어가면서도 그렇게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서 주님의 말씀만 듣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마르타
과연 동생 마리아는 언니의 말만 들어야 할까요?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그 옛날의 마르타만이 아닙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모두 그 마르타처럼 바쁩니다. 바쁘게 살지 않으면 모두 굶어 죽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할까요? 아무것도 안 하고 무조건 예수님 말씀만 듣겠다고 성경만 보거나 기도만 하고 있어도 안 됩니다.
주님의 말씀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들려오기도 하고, 주님의 말씀대로 실천하자면 오늘 복잡한 현대 사회 한가운데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느님을 떠나는 인간의 고독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는 조건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어떨까요? 오늘 우리는 과거에 비해 훨씬 바쁘게 살아갑니다.
마음과 정신과 영혼이 침묵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 바쁘게 살아가는 이 세상살이에서 그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맙니다. 침묵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요즘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모두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조용한 것이 아닙니다. 게임 내용이 전쟁 중이어서 폭력적이기도 하고 도박에 정신이 팔리기도 합니다.
그러니 사실은 모두 시끄러운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 속에 자유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도 없고, 인간도 사라집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떠나는 현대의 인간은 철저한 고독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갑니다. 난민, 실업자, 죽어가는 아이들…. 모든 외침이 멀리서 들려올 뿐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들으며 산다는 것은 현대인에게 어떤 유익함을 가져다줄까요? 꼭 필요한 일일까요?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찾아오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되셔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그분 앞에 바싹 다가앉아서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렇게 마리아처럼 예수님의 발치에서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우리는 새로운 창조를 우리 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새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귀기울일 줄 알 때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줄 알 때, 다른 사람에게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니까 오해도 생기고, 소통이 안 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갑니다.
결국, 혼자 사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러면 고독감과 분노로 발전하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줄 알 때,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도 귀담아들을 줄 알게 됩니다. 자기 주장을 내려놓고 잠시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을 경청할 줄 아는 지혜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안겨 주십니다.
주수욱 신부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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