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 프랑스 크레테유주교좌성당. |
▲ 크레테유주교좌성당에 설치한 우도 젬복작 '삼위일체'. |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란 코너로 스테인드글라스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 마지막 글에 이르렀다.
중세부터 19세기까지의 서양 스테인드글라스 작품과 우리나라 주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 나눈 소중한 시간이었다.
19세기까지 와서 서양 현대 스테인드글라스를 소개하는 대신 우리나라 작품을 소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1898년 서울 명동주교좌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이후 120년이 돼가는 우리 스테인드글라스 역사에 대해서도 함께 관심 갖고 연구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늘은 우리 스테인드글라스의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며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최근 완성된 파리 크레테유본당 스테인드글라스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프랑스 파리 남동부 크레테유에 새롭게 건축된 크레테유주교좌성당(Ca- thdrale Notre-Dame de Crteil)에는 독일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우도 젬복(Udon Zembok)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됐다.
필자가 크레테유성당을 처음 방문한 것은 아직 건축 내부와 외장의 마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5년 1월이었다.
독일 피터스 스튜디오로부터 우도 젬복의 신작이 완성되었으니 관심을 가져 달라는 메일을 받았는데, 때마침 파리에 있던 차여서 방문했다.
내친김에 남프랑스 망통(Menton)에 있는 작가 작업실도 방문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도 젬복은 빛의 깊이를 회화적으로 표현해 명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유럽의 대표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다. 프랑스인 아내 파스칼 젬복(Pascal Zembok)을 만나 프랑스에 거주하며 부부가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역사성을 유지한 신축
2015년 9월 20일 새 성당 축성식을 한 크레테유성당 건축에서 가장 주목할 사항은 역사성을 유지한 신축이라는 점이다.
물론 과거의 성당을 부분적으로 살려 신축 성당으로 확장한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된 성당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크레테유성당은 20세기 모더니즘 교회 건축과 21세기 새로운 교회에 대한 요구가 서로 만나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1978년 샤를 귀스타브 스토스코프(Charles Gustave Stoskopf)의 설계로 모더니즘 양식으로 건축된 크레테유성당은 교회를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성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축이 계획됐고,
크레테유교구 미셸 상티에 주교 주도하에 ‘크레테유성당 플러스’ 프로젝트(‘Crteil Cathedral+’ Project)로 진행됐다. 그래서 신축된 크레테유성당을 ‘확장된 성당’(expanded cathedral)이라고 표현한다.
‘AS.ARCHITECTURE-STUDIO’가 디자인한 크레테유성당은 기존 출입구의 실루엣과 연결성을 가지면서 건축 외피가 맞물리는 형태다.
외관은 조개껍데기 두 개를 맞대어 놓은 형상이다. 건축의 두 면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글라스 아치에 우도 젬복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삼위일체’가 설치됐다.
폭 2m, 길이 57m로 성당 전체를 가로지르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작가는 구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직 색채의 상징성만으로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빛의 3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 그리고 이 세 가지 색이 혼합돼 만들어지는 흰색을 메인 컬러로 했다. 긴 리본 형태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시간에 따라 성당에 다른 색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살아 움직이는 빛의 존재를 인지하게 해준다.
작가는 빛의 3원색과 흰색의 그리스도교적 상징으로 성부, 성자, 성령을 표현했다. 아치의 정중앙 정상부에는 하느님의 사랑, 열정, 불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성부를,
동쪽에는 재생, 부활, 영적 쇄신을 나타내는 초록색으로 성자를, 마지막으로 서쪽에는 영원성, 성령의 일치,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성령을 표현했다.
각 경계면에는 이 색채들이 혼합돼 만들어지는 흰색을 고루 배치해 빛 자체로서 존재하는 하느님을 표현했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마주하면서도 크레테유성당 안에서는 결코 위압적이지 않으면서 따뜻하고 편안한 빛에 감싸 안겨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곡선으로 감싸진 건축 형태 탓이기도 하겠지만, 성당 내부를 모두 나무로 처리한 덕분이기도 하다.
프랑스산 전나무 1000여 개로 이뤄진 들보들이 마치 깍지 낀 기도 손처럼 맞물린 성당 내부에서 고딕성당의 수직으로 상승하는 날렵한 기둥 다발들을 연상할 수 있다.
아울러 영적 고양과 함께 경외감보다는 마음의 평화를 얻는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올여름 크레테유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다시 방문했을 때 미사에 참석했다.
2층 자리에 앉아 시시각각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빛 그림자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스테인드글라스의 진정한 역할을 깊이 생각했다.
빛의 존재를 가장 순수하게 표현하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젬복의 작품이 신축을 앞둔 우리나라의 여러 성당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희망한다.
1년 동안 비중 있는 지면을 할애해 졸고를 실어준 가톨릭평화신문에 깊이 감사드리며 기사를 읽고 격려 말씀을 전해주신 모든 분에게도 감사 기도를 전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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