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성경聖經이지만 한때는 성서聖書였다.
공동번역성서였다.
개신교에서는 아직도 성서라고 한다.
구약전서와 신약전서다.
중국은 처음부터 성경이라 했고
일본은 처음부터 성서라 했다.
한국은 경經과 서書를 동시에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성경이든 성서든 본 뜻은 종교의 경전을 일컫는 말이다.
기독교가 보편화되면서 특수용어가 되었을 뿐이다.
일본을 개화시킨 나라는 미국이다.
1854년 미국과 일본이 맺은 가나가와神奈川 조약을 통해서다.
일본은 쇄국을 풀면서 종교자유를 허락한다.
선교사와 함께 바이블이 들어왔다.
어떤 번역이 좋을지 망설이다 성서란 용어를 채택한다.
일본에서는 불경佛經도 성경이라 했기에 구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성서란 용어는 자연스레 한국 기독교 용어가 되었다.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성경은 성경직해광익聖經直解廣益이다.
역관 출신으로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최창현(요한)의 작품이다.
1790년경 번역을 시작했고 이후 여러 사람이 참가했다.
당시 조선엔 중국에서 들어온 성경직해聖經直解와
성경광익聖經廣益이란 한문책이 있었다.
주일과 대축일 복음을 해설한 책이었다.
최창현은 두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
한글로 번역한 뒤 책으로 묶었던 것이다.
직해와 광익에서 뽑았기에 직해광익이라 했다.
성경 전체가 번역된 것은 아니지만
첫 한글 번역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20권으로 되었으며 전체 복음서 3분의 1 정도가 실려 있다.
글을 깨친 이들은 읽음으로 복음을 접했고
깨치지 못한 이들은 들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직해광익은 신유박해 때까지
신앙생활을 이끄는 가장 소중한 책이었다.
박해로 초기 지도자들이 순교한 뒤에는 유일한 지침서가 되었다.
1882년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자 손으로 필사되던 직해광익은
활판본으로 간행되어 대량 보급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1801년 신유박해 때
형조에 압수돼 소각된 천주교 서적은 177권이었다.
한글로 쓰인 것이 111권, 한자책은 66권이었다.
한글성경은 성경직해 3권, 성경광익 1권,
성경직해광익 6권이었다.
한자성경은 성경직해 5권과 성경광익 8권이었다.
서적은 당시 강완숙(골룸바)에게 교리를 배운
평범한 신자들 집에서 발견되었다.
미루어보아 일반 신자들에게 널리 보급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은근 신부(마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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