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7년 10월 7일 가해 연중 제26주간 토요일(묵주 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

dariaofs 2017. 10. 7. 05:56

 

                                                                (루카 10,17-24)

 

 

<일흔두 제자가 돌아오다.>

 

“일흔두 제자가 기뻐하며 돌아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루카 10,17)”

 

제자들이 ‘기뻐하며’ 돌아왔다는 것은 그들의 활동이 성공적이었음을 나타냅니다.

그들이 특히 기뻐한 것은 마귀들이 복종했기 때문입니다.

마귀들이 복종했다는 말은, 떠나라는 명령에 복종했다는 뜻입니다.

즉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낸 것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귀들까지’ 라는 말은, ‘사람들도’ 복종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사람들이 복종했다는 말은,

제자들이 선포한 복음을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제자들이 마귀들을 쫓아낸 것에 대해서 기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당연한 일인데, 잊으면 안 되는 것은

마귀들이 제자들에게 복종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이름에 복종했다는 점입니다.

즉 제자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마귀들을 쫓아낸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힘으로 쫓아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것을 잊어버리고 자신들의 힘으로 한 일이라고 착각하게 되면,

마귀들을 쫓아내지 못하게 됩니다(루카 9,40).

 

사도들은 마귀를 쫓아내는 일에 실패한 다음에 예수님께,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마르 9,28).

그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마르 9,29).”

이 말씀은, “너희 자신의 힘으로 마귀를 쫓아낼 수는 없다.

마귀를 쫓아내려면 기도해야 한다.” 라는 뜻입니다.

(제자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냈다는 것은,

마귀들을 쫓아내 달라고 주님께 기도했고,

주님의 힘을 받아서 그것들을 쫓아냈다는 뜻입니다.

만일에 기도하지 않는다면 ‘주님의 이름’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 10,18-20).”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라는 말씀은,

사탄이 모든 힘을 잃고 추락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심으로써 사탄의 패배는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번개처럼’이라는 말은, 급격한 추락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라는 말씀은, 악의 세력을 물리칠 수 있는 힘과 권한을

제자들에게(또는 교회에) 주셨다는 뜻인데,

예수님께서는 그 힘과 권한을 완전히 넘겨주신 것은 아니고, 위임해 주셨습니다.

즉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또 항상 기도하면서,

예수님의 뜻에 합당하게,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용할 때에만

그 힘과 권한의 효력이 생깁니다.

아무 때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힘과 권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예수님 안에 머무를 때에만 그 힘과 권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라는 말씀은,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하도록 내가 너희를 지켜 주겠다.” 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지켜 주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보호를 받으려면 하느님(예수님) 편에 서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로마 8,31ㄴ)” 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하느님 편에 서야 한다는 말은, 편 가르기를 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보호를 받기를 바란다면, 또 예수님께서 주시는 구원을 받기를 바란다면

하느님과 예수님의 뜻에 합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일에 하느님 편에 서지 않고 세속 편에 선다면,

세속이 사라질 때 같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요한 1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1요한 2,15).”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1요한 2,17).”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라는 말씀은,

제자들이 받게 될 박해와 고난을 예고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박해에 관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 너희에게 알려 주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바로 그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루카 12,4-7).”

(여기서 하느님을 두려워하라는 말씀은, 하느님을 무서워하라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만 믿고 하느님만 섬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라는 말씀은,

“마귀를 쫓아내는 기적을 행했다고 해서 자만심에 빠지지 말고,

자기 자신이 구원받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라.” 라는 뜻입니다.

마귀를 쫓아내는 일을 비롯해서 모든 기적은 하느님(예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러니 기도를 통해서 기적과 같은 어떤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되었을 때에는

하느님(예수님)께서 자기를 도구로 사용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리면서

더욱 겸손해져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전주교구신풍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