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5일 나해
오늘은 가르멜 수도회의 대축일입니다.
먼저 가르멜 가족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가르멜 수도회와 프란치스칸은 활발한 교류를 가졌습니다.
1554년 아빌라의 데레사가 회심 체험 이후,
그녀의 기도가 갈수록 더 신비로운 형태를 띄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에게서 영적지도를 구하였지만,
이들 대부분이 그녀의 체험에 의심을 하거나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시온산 등반’이라는 프란치스칸 평수사이자 의사였던
베르나르디노 데 라레도의 책을
데레사가 읽게 되었는데,
바로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데레사가 풀지 못했던 기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게 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칸 관상전통이 가르멜 영성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프란치스칸 관상전통의 핵심은
관상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만을 바라보는 것이고,
침묵 안에서 다른 그 어떤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아빌라의 데레사의 기도에
“하느님 만으로 만족하도다!”라는 구절이 나타납니다.
이 기도를 노래로 들어보거나 불러보신 분은 많지만
원래 기도를 들어본적이 없을 것입니다.
“생각을 들어올려
하늘까지 오르라
그 무엇에도 서글퍼하지 않기를
그 무엇에도 네 마음 어지럽히지 말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라
넓은 마음으로
그리고 올 것은 오기에
그 무엇에도 놀라지 말라
세속의 영화를 아느냐
헛된 영광이니라
그 무엇도 영원하지 못한 것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천상의 것을 갈망하라
그것은 늘 지속하는 것
바램을 헛되게 하지 않고 가득 채우는 것
하느님은 변함 없으시다
사랑할 만한 것을 사랑하라
한량없는 선하심을
그러나 인내없이는 순수한 사랑은 없노라
영혼이 신뢰와 살아있는 믿음을
보존하기를 믿고 바라는 이는
모든 것을 얻는다
끈질기게 쫓는 지옥의 분노가
비록 눈 앞에 닥쳐도
그것은 한낱 웃음거리가 될 뿐
하느님과 함께 있는 이에겐
소외, 십자가, 불행 등이여 오라
하느님께서 그의 보물일진데
어떠한 아쉬움도 없으리니
마찬가지로, 세상의 재물들
또한 헛된 행복들
비록 이 모든 것들을 잃어도
오직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리”
이 기도처럼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께 중심을 둘 때,
오늘 복음에서 표징을 요구하는 군중들과는 달리
우리는 그 어떤 표징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도를 잘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러한 이미지를 두고 기도를 하시면 좋을 것같습니다.
넓고 넓은 바다에 배 한척이 닻을 내린다면
모진 바람이 불어도
그 닻이 닿아있는 곳을 빙빙돌뿐
휩쓸려 가지 않을 것입니다.
배가 빙빙 도는 것은 분심이라고 할 수 있겠고,
닻을 내려 고정된 것은 집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빙빙 돌아도 바람이 잠잠해 지면
우리는 닻이 내려져 있는 바로 그 위치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닻을 내린 배와도 같습니다.
닻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면
정처 없이 떠돌 것이고,
닻이 바닥에 잘 닿아 있다면
우리의 신앙이 그리스도께 닻을 내린 것입니다.
하느님 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닻이 바닥에 닿아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표징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고,
표징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동현 제노 신부(대전교구 목동성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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