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4일
다음주는 평신도 주일입니다.
원래는 33주일에 기념하도록 되어있지만,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 포함됨으로써
올해부터는 32주일로 옮겨서 지내도록 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주는 여러분 중에 한분을 초대하여 강론을 들을 예정으로
이번주에 미리 평신도 주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과거 유럽의 중세시대는 봉건사회였기에
교회와 사회가 모두 피라미드 형태의 사회적 구조를 가졌습니다.
왕과 신하, 군주와 백성, 주교와 평신도...
이러한 상하구조는 서양뿐만 아니라 조선사회도 그러했고
심지어 대한제국도 군주제국가였으며
일제 식민치하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왕이 존재하는 나라도 있고,
피라미드 형태의 지배와 피지배의 형태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있습니다.
복종시키려고 하고, 복종하려는 것이
아직도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떻습니까?
돈과 재물이 그 피라미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소위 갑질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지배체제에 대항하는 신조어로 등장하고 있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에
피라미드 형태의 지배체제를 우리도 모르게 사회가 답습하고 있는 것입니다.
돈이 곧 권력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되었고,
그 예로써
미국 LA의 외곽도로에는 버스전용차선이 있습니다만,
그 옆에 또 다른 전용차선이 있습니다.
그 전용차선은 돈을 내면 누구나 빨리 갈 수 있는 전용차선입니다.
그래서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전용차선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 차선에 들어서지는 않습니다.
돈이 있는 이들만 빨리 달릴 수 있는 이 새로운 전용차선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소상인의 트럭과 소시민들은
그저 차로 가득 막혀 있는 긴 도로를 하염없이 거북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는 자본주의에 자신도 모르게 차별 받고 많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피라미드 구조의 사회체제에서 바닥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을 보면
마치 한국 교회의 평신도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사제중심적인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삶은 마치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악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수없이 번갈아 가면서
피곤함과 정체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전교구도 시노드를 통해서
사제중심주의를 벗어나려고 논의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신도 주일을 가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평신도의 요청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리고
평신도의 언어로 미사를 드리게 되었고
평신도에 의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전례가 이루어지고
평신도에 의해 교회가 유지되고 발전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칸으로써 그리고 저 역시 그리스도인으로써
권위를 앞세운 사제가 아닌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써 살아가려는 것은
계속되는 저 자신과 한국교회의 문화와의 싸움인 것입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백성들 안에서 뽑히는 사람입니다.
즉,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동시에
백성들이 교회의 봉사를 위해 뽑아 세운 사람이고,
교회를 위해 죽을 때까지 봉사하는 소임을 여러분이 사제에게 위임한 것입니다.
제가 스스로 사제가 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하느님과 더불어 사제를 뽑아 세운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교회는 사제의 의한, 사제를 위한, 사제의 교회가 아니라
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의한, 하느님 백성을 위한, 그리스도의 교회인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이 곧 교회이고,
여러분을 위한 교회를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 갈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는 평신도라는 단어보다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합니다.
저 역시 하느님의 백성이고, 사제이기 이전에 수도자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 하느님의 백성은
봉사직, 예언직, 그리고 사제직을 부여받았는데,
이를 단순화하면
하느님의 두 가지 계명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계명은 이러합니다.
첫째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여러분이 수행하는 봉사직, 예언직, 그리고 사제직은
사랑의 계명을 벗어나지 않고
또 사랑의 계명 안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따로 있지 않고
우리 자신이 바로 교회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하느님을 온 마음을 다해 섬기는 것이고
이웃과 더불어 사랑은 나누는 것입니다.
박동현 제노 신부(대전교구 목동성당 보좌)
'강 론 말 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레오 1세(대)(Leo I the Great) (+461, 11월 10일) (0) | 2018.11.10 |
|---|---|
| 연중 31주간 화요일 복음묵상 (0) | 2018.11.06 |
| 2018년 11월 4일 나해 연중 제31주일 (0) | 2018.11.04 |
| 위령의 날 (0) | 2018.11.02 |
| 모든성인대축일 복음묵상 (0) | 2018.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