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위령의 날

dariaofs 2018. 11. 2. 21:01

2018년 11월 2일


우리는 지난 9월에 추석을 지내며,
조상들에 대한 음덕을 기리는 미사를 지냈습니다.

사실 추석은 가을 추수를 하기 전에 
추수하기 전에 일꾼들이 한바탕 노는 날입니다.
과거 전기가 없을 때에는
보름달이 떠야만 밤에 집밖에 나와서 놀 수 있는 조건이었기에
함께 강강술래를 돌며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인것이지요.

축제에 먹을 것이 없으면 안되기에
덕익은 쌀로 송편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조금씩 여러가지 의미가 덧붙여지고
조상들의 묘를 방문하여 송편과 햇과일을 먹는 관습이 생겼습니다.
그러다보니 추석의 의미가 마치
추수를 감사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기도 합니다.

오늘날 추석 차례상 보는 것이
물가가 올라서 비싸다고 하는데
사실 추수하기전에 있는 명절이기 때문에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오늘 추석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한가위 미사때 이미 위령미사를 드렸는데도
오늘 위령의 날을 지내는 것은
조금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날이고
특별히 연옥영혼들이 하루빨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연옥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마치 연옥을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는 곳으로
이해하곤 합니다.

그러나 연옥은 지옥보다는 조금 낳은 곳이 아니라
천국으로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낳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결혼식을 할 때,
신랑은 턱시도를 신부는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습니다.
이것은 혼인잔치에 어울리는 옷을 차려입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결혼생활에 앞서
설레이는 마음,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
행복이 넘치는 시간인 것입니다.

연옥은 마치 결혼을 앞둔 이들이
옷을 갈아입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지난날에 입었던 옷을 벗는 시간이고,
많은 옷중에 좋은 옷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는 각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어떤 영혼은 더 좋고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연옥의 영혼들은 나름의
새로운 삶을 향한 정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연옥영혼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빨리빨리 옷을 갈아입으라고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참된 정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하늘로 먼저 떠나보낸 우리는
영혼들이 좋은 옷으로 갈아 입는 것을 기도로써 서포트해주는 것입니다.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가 함께 웨딩숍에 가서
딸이 드레스를 고르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로

장성한 아들을 장가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들이 턱시도를 갈아입는 것을
기다려주는 행복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라는
묵상을 해봅니다.
                        


박동현 제노 신부(대전교구 목동성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