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9일
제가 삼년간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위해서 유학을 갔었지만,
행려인들을 위한 사목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머물던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지역이
일년내내 기후가 온화하기 때문에
은퇴한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살고 있고,
이와 더불어 길에서 살고 있는 많은 행려인들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샌디에고 교구에서는
많은 행려인들을 보살피기 위해서
남가주에서 가장 큰 행려인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하루에 2~3천명 정도의 행려인들의 식사를 제공하고
무료의료 시설과 남녀 기숙사,
행려인 중에 여성과 아동 그리고 노인을 위한 아파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아동 들을 위한 유치원과 심리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주에서 행려인들을 모아 버스에 태워서
샌디에고에 내려다 놓는 비상식적인 일들도 간혹 생기기도 합니다.
사실 행려인 마을 주변에는
마약과 마리화나 등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거리에서 팔리고
거리에서 마약과 술에 취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풍경을 봤을 때는
낯설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점차 행려인들과 알아가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갔습니다.
제가 주로 하던 일은
Skid row라고 불리는 길에서
행려인들과 중독자들과 대화를 하는 일이었고,
이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길거리는 사람들의 배설물들이 여기저기 묻어있고,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으며,
사람들이 다니는 보도블록에는 행려인들의 찟어진 텐트가 점령을 하였고
그들의 생활용품이 어지럽게 거리에 널려 있기에
행려인이 아니면 아무도 그 길을 다니지 않는
도시 안에 그들만의 구역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행려인들은
자신이 길에서 살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잠깐 동안만 있을 거라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래서 다른 행려인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누가 길거리에 나가서 살고 싶겠습니까?
그들은 여러가지 다양한 이유로 그곳에서
때론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이면서도
때론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는 행려인들의 숫자만큼
그 만큼 많은 인생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100명의 행려인들에게 100가지의 이야기가
1000명의 행려인들에게 1000가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각자의 삶은 소중하듯이 그들의 인생에도
그들의 행복했던 이야기,
어려움에 처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웃고, 슬퍼하며,
기도를 청하는 이들에게 기도해주고
축복을 청하는 이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일과였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를 온전히 그들과 함께하면서 느낀 것은
이들과 내가 다를 것이 없다라는 동질감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모상으로 태어났고,
삼위일체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그들을 만날 때의 거부감과 이질감으로 부터
점차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 동질감을 통해서 조금씩 가까워져 가고 친구가 되어갑니다.
한끼의 밥보다는 십 분의 대화가 그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물론 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하지만,
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오늘은 인권 주일이면서
이번주는 교회가 사회교리를 가르쳐야 하는 주간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신장에 대하여 복음이 가르치는 바를
배우고 실천하는 주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로마 제국의 식민치하에서 실의에 빠져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외치면서 세례를 주었고,
곧 메시아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선포합니다.
만약에
이 시대에 예수님의 재림이 이루어 진다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먼저 삶의 희망을 잃고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행려인들에게
기쁨의 소식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질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들과 내가 분리되어 있는 이 현실 속에서
그래도 조금씩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인권은 창조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려야할 권리이고,
나 홀로 따뜻한 방에서 배부르게 살아간다면,
내 양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권리입니다.
소수의 사람만이 누린다면 그것은 인권이 아니라 특권이겠지요.
내 인권이 소중하듯이, 소외받는 이들의 인권도 똑같이 소중합니다.
그러한 의미로 이번주 금요일에 청년들과 함께
대전역 인근 행려인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서 야간봉사를 나갈 예정입니다.
올 한해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고 자선활동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박동현 제노 신부(대전교구 목동성당 보좌)
'강 론 말 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림 제2주간 화요일 복음묵상 (0) | 2018.12.11 |
|---|---|
| 대림 제2주간 월요일 복음묵상 (0) | 2018.12.10 |
| 2018년 12월 9일 다해 대림 제2주일(인권주일, 사회 교리 주간) (0) | 2018.12.08 |
| 대림 제1주일 복음묵상 (0) | 2018.12.02 |
| 2018년 12월 2일 다해 대림 제1주일 (0) | 2018.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