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9.03.02. 연중 제7주간 토요일

dariaofs 2019. 3. 2. 06:05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 두어라."(마르 10,14) 어린이들의 축복을 청하는 사람들을 꾸짖는 제자들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언짢아하시며"(마르 10,14) 이르신 말씀입니다.

그들에게는 예수님께서 아이들과 노닥거리시는 것이 품위에 안 맞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이 메시아요 지도자급 예언자로 백성의 인정을 널리 받고 주목받으려면, 보다 이성적이고 영향력 있는 어른들만 상대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테니까요.


혹 능력과 연륜, 효용성으로 사람의 가치를 재었던 걸까요? 그렇다면, 그들은 아직 하느님의 시선으로 사람을 볼 줄 모르는 상태인 거겠지요.

독서인 집회서에서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요점만 콕콕 집어서 설명합니다 "흙에서 창조, 다스릴 권한, 힘, 주인, 다섯 가지 능력, 지성, 이성, 분별력, 혀, 눈, 귀, 마음, 지식, 이해력, 선과 악, 경외심, 찬양, 찬미, 율법, 영원한 계약."

이 말씀들이 곧 인간이 누구이며 어떻게 생겨났고 무엇이 주어졌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리킵니다. 모든 피조물 중 으뜸인 인간의 존엄함이 이 모든 단어들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마다 장엄하게 서려 있습니다.

이렇게 집회서 저자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시고 많은 능력을 부어주셨는지 노래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야 할 존재이며 하느님을 찬양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도록 설계된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다시말해 인간에게 주신 많은 능력은 인간을 위대한 존재가 되게 해주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을 알아보고 공경하도록 주어진 선물이란 겁니다. 인간이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울 때는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알 때입니다.

따라서 가장 완성도 높은 인간이란 하느님을 겅외할 줄 알고 그분의 위대한 업적을 보고 찬양하며 그 업적을 선포하고 그분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미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자기 능력을 과신하고 자신의 영광을 좇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완성형 인간은 될 수가 없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들 각자에게 제 이웃에 대한 계명을 주셨다."(집화 17,14) 집회서 저자는 사람들이 하느님에게서 받은 선물들을 길게 나열한 뒤 이 문장으로 마무리합니다.


모든 은총의 최종 완결판은 바로 "이웃에 대한 계명"이라 합니다. 곧 '사랑'인 것입니다.

어린아이는 참으로 맑고 귀엽고 껴안아주고 싶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자기 능력으로 살아가지 않고 오로지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에 의지함으로 마냥 행복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눈에 모든 사람이 다 귀하고 가치롭지만, 그중에서 어린이들이 단연 으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마르 10,14)이라고 단언하실 정도니까요.


이 말씀을 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굳이 어린이들이 갖추었으리라고 생각되는 덕목들을 찾아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그 덕목들 때문에 어린이를 환대하신다기보다, 오히려 (아주 단순하게) 어린이가 영육으로 더 약하고 미숙하며 가난하기 때문에 더 사랑하시는 것이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다."(마르 10,16) 이렇게 예수님께서 "제 이웃에 대한 계명"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건 더 가난하고 더 약하고 더 쓸모 없어 보이는 더 미숙한 존재에게 눈길, 손길, 마음길을 보내는 겁니다. 각자 본인이 어린이처럼 약하고 가난하다 여긴다면 나를 "끌어안으신" 주님 품에 고요히 머무르면 됩니다.


이제는 그런 예수님을 닮아 "제 이웃에 대한 계명"을 살고 싶다 여긴다면 어린이처럼 더 가난하고 약하고 미숙한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고 끌어안고 축복해 주면 됩니다. 그러면 누군가의 가난과 약함이 그와 내게 엄청난 축복으로 되돌아올 겁니다.

"그분께서는 그들의 마음에 당신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 주시어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보게 하시고 그들이 당신의 놀라운 일들을 영원히 찬양하게 하셨다. 그분의 위대한 업적을 선포하기 위하여 그들은 그분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미하리라."(집회 17,8-10)

하느님의 나라는 이렇게 완성될 것입니다. 아멘.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얻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이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도록 온갖 권한과 복을 받은 존재임을 잘 알고, 오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더 가난하고 약하고 보잘것 없는 이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끌어안아주고 축복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런 하느님 나라를 몸소 체험해보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 (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