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마태 6,19)
"보물"은 통상적으로 높은 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돈이나 재물을 가리킵니다.
이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으로도, 악으로도 작용할 수 있지요. 재물에는 사람이 소유하고 사용할 권리, 축적하고 안정을 누릴 권리가 담겨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끌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선한 힘도 악한 힘도 재물의 매력을 자기 것으로 취하기를 원합니다.
재물의 매력이 선하게 쓰인 예는 "자선"이고, 악하게 쓰인 예는 "자신을 위하여 땅에 쌓아 두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자선은 재물의 주인이 하느님이시고, 또 재물의 종착지가 자신이 아님을 인정할 때 가능합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마태 6,20)
썩고 망가지고 빼앗기기도 하는, 땅에 쌓은 보물에 비해 하늘에 쌓은 보물은 물성과 시간성에 영향을 받지 않아 길이 보존할 수 있고 언제라도 증식이 가능합니다. 단, 내 의지가 아니라 하느님 뜻 안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 6,21)
각자가 보물로 여기는 것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돈과 재물이고, 누구에게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며, 누구에게는 자기 육신이고, 누구에게는 명예입니다.
누구에게는 재능이고 또 누구에게는 자존심이지요. 또 라우렌시오 성인처럼 가난한 이들이 교회의 보물이라고 말씀하신 분도 있습니다. 그만큼 보물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요.
나의 보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지금 내 마음이 어디 있지?" 하고 물으면 답이 금방 나올 겁니다.
내 마음이 온통 하느님께 가 있으면 내 보물은 하느님이고, 내 마음이 재물에 가 있으면 그게 내 보물입니다. 그리고 그 보물이 땅에 속하는지 하늘에 속하는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어리석게 보이는 것을 무릅쓰고 코린토인들의 눈높이에서 자기를 자랑합니다.
그들 눈에 영화롭게 보이는 "속된 기준"(2코린 11,18)에 걸맞게 땅의 원리에 맞추어 자기 자랑을 하다가, 결국 "내가 자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2코린 11,30)라고 다소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돌리지요.
그동안 나열한 자랑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짜 자랑거리, 하늘의 보물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사도 바오로는 인간의 약함에 깃든 하느님의 힘, 은총을 깨달았기에 그랬을 겁니다. 실상 보물은 흔히 생각하듯 재물이나 명성에 있지 않고 우리의 약한 곳에 있습니다.
바로 거기, 가난하고 초라하고 수치스럽기까지 한 한계점에 하느님의 힘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강점이 보물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느님은 우리의 약점을 보물로 보십니다.
거기가 아니고서는 그분께서 우리 존재에 뚫고 들어오실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약함에 하느님의 힘이 드러나기에 우리의 보물이라는 말입니다.
화답송에서는 곤경 중의 의인, 가난한 이, 두려워하는 이, 가련한 이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을 노래합니다. 가난하지 않다면, 약하지 않다면 구원은 원래부터 내 능력에 속한 일일 뿐 하느님과는 별개의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땅에서는 땅의 원리에 따라 모으고 축적하고 움켜쥐고 과시하며 보물을 쌓는 반면, 하늘에서는 땅에서 버린 만큼, 나눈 만큼, 내놓은 만큼, 손을 펼친 보물이 쌓여갑니다.
하늘의 보물은, 땅에서 가난하다고, 약하다고, 느리고 효율도 떨어지고 바보같다고 손가락질 받던 것들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오늘 예수님은 "눈은 몸의 등불이다."(마태 6,22)고 하십니다. 진정한 보물을 제대로 알아보는 눈은 몸 전체를, 존재 전체를 환히 비춥니다.
그러니 어느 보물에 눈길을 주고 사느냐에 따라 한 존재의 인생이 달라지겠지요. 세상 이재에 밝은 눈으로 땅에 보물을 쌓고 살지, 영의 이치에 밝아 하늘에 보물을 쌓을지는 각자가 무엇을 보물로 여기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벗님이여, 자, 무엇을 자랑하시렵니까? 벗님의 참 보물은 무엇입니까?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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