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9.10.20.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 오상선 신부

dariaofs 2019. 10. 20. 05:04



전교 주일 독서와 복음 말씀들은 모든 세례받은 이들의 정체성을 일깨워 줍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마태 28,17).


마태오 복음의 마지막 대목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분부하신 산에서 스승과 제자들이 만납니다. 그런데 예수님 공생활 시기에 함께할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친밀감에 앞서 경외감의 최고 예우를 드리는 걸 보니, 제자들에게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기점으로 인간 예수님의 신성이 더욱 강하게 각인된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마태 28,18).


예수님께서 먼저 다가가십니다. 그분은 변하지 않으셨지요. 그분은 엎드린 제자들을 다독여 안심시키고 일으키셨을 겁니다.


아마도 부활하신 당신이 예전에 함께 동고동락하던 "그"임을 다정히 확인시켜 주셨겠지요. "다가감!" 죽음과 생명이라는 신비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스승과 제자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 줍니다.


또한 이 "다가감"은 파견될 이들이 배워야 할 매우 중요한 태도입니다. 마치 빗장을 여는 단계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를 모르던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분의 사람이 되는지를 반어적 의문문을 반복해 설명합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듵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10,14-15)


골자만 정리하자면, 파견된 이가 있어야 기쁜 소식이 선포되고, 그래서 누군가 그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어야 믿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믿음이 있어야 예수 그리스도를 받들어 부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복음화의 과정은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의 다가감, 파견된 이의 다가감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브라함에게, 모세에게, 마리아에게 하느님께서 하셨듯이 구원을 위한 선제적 초대이고 그분의 주도적 권한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제1독서는 세월이 흐른 미래 어느 날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사야 예언자의 환시 내용입니다.

"주님의 집이 서 있는 산 ... 모든 민족들이 그리로 밀려들고 수많은 백성들이 모여 오면서"(이사 2,2-3).


참으로 희망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활기 가득한 장면입니다. 이스라엘의 하느님께로, 그분의 성소에로 몰려들 모든 민족들은 "주님의 길, 주님의 가르침, 주님의 말씀"(이사 2,3)을 고대합니다. 한때 다윗 시대와 솔로몬 시대에 잠시 누렸던 영화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구원의 방향성이 구약 시대와 신약 시대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구약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은 예루살렘을 세상의 중심이라 여깁니다.


그곳은 자기 민족을 선택하신 유일신, 창조주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이기에 성역화와 치장, 보존과 수호에 힘을 쏟고 그 자부심도 대단했지요.

세계 만방에 하느님의 이름이 전해지는 벅찬 날을 꿈꾸되, 그런 지극히 높으신 분을 하느님으로 모신 선택된 민족, 자신들의 우월성도 드러나야 하고, 자기들 율법의 탁월함 역시 고스란히 지켜져야 하지요.


이처럼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모아들이고 끌어들이는 방향성은, 민족과 언어와 인종과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고 나아가서 이방 민족을 하느님의 자녀로 아우르는 예수님의 다가가는 방향성과 분명 결이 다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늘의 이사야서 대목 안에서 그러한 민족중심주의가 극복되는 말씀이 눈에 띄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 2,4).


전쟁과 학살의 철제 무기가 더 이상 불필요한 세상, 살상 도구가 생명을 키우는 농기구로 거듭나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벅찬 광경인지요! 이 평화의 상태는, 일부 이기주의적 자본가와 권력가들의 폭력으로 침해받고 상처 입은 가치지만, 신구약을 막론하고 온 인류, 모든 이들의 바람이고 기원입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마태 28,18).


이제 예수님은 신성과 인성, 생명과 죽음, 빛과 어둠, 선과 악 모든 것의 주인으로서 당신의 권한을 선포하십니다. 그분의 권능은 닿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고 그분의 영광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화답송).


이 기쁨에 찬 초대는 예수님의 지상 명령입니다.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제자들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 사람만이 아니라 창조된 모든 피조물들이 함께 즐거워하며 환호하라 하십니다.


차별도 구분도 소외도 배척도 없는 만물의 주인께서 베푸시는 구원을,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다가가 전하고 함께 환호하며 찬미합시다. 예수님께서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하셨으니 두려워말고 나아갑시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