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유학 중일 때 머물 던 수도원은 200년이 넘은 건물이었는데요.
스페인의 신대륙 발견 이후,
지금의 멕시코를 거쳐서 미국 땅으로 선교나가는 과정에서
미국 원주민에게 선교를 하기 위한 성당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당의 천정의 대들보나 성당내 벽면에는
원주민들의 독특한 장식 무늬패턴이 그려져 있습니다.
장식의 무늬는 삼각형, 원, 사각형 등의 도형들이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패턴을 이룹니다.
그런데 그 단순한 도형들도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삼각형과 원은 모두 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삼각형은 어린이의 마음이고,
원은 어른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사람이 죄를 짓게되면 마음 안에 있는 삼각형이 한 바퀴를 돌게 되는데
그때 마음은 뾰족한 모서리에 찔려서 아플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이의 마음은 날카로운 모서리 때문에
죄를 지으면 마음이 아프게 되지요.
그런데 여러번 반복해서 죄를 지으면 날카로운 모서리는 닳고 닳아서
어른이 되면 아무리 죄를 지어도 마음이 아프지도 않고
양심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뭉툭한 원이 된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린이들은 길거리의 걸인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날이면
양심에 걸려서 미안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곤 합니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걸인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날에도
별 생각없이 잠을 잘 잘 수 있는 것도
어른의 마음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이들이 예수님께 와서
빌라도가 사람들을 죽인 사실을 알리게 됩니다.
로마의 폭압을 고발하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반응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당신을 찾아온 그들에게 오히려 회개를 하라고 합니다.
로마의 잔인한 행태에 분개하여 찾아온 이들에게
회개를 하라니 아마도 그들은 황당해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마도 그들의 마음이 원주민들의 생각처럼
원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더이상 자신들에게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남들의 죄만을 보려고 하는 악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신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포도밭에 심겨진 무화과 나무의 비유를 드신 이유도
그들에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허락하시며
회개의 기회를 주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회개는 한자말로 뉘우칠 회, 고칠 개를 씁니다.
나의 시각이 잘못되었는지를 뉘어쳐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고쳐 바라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회개하여
죄와 악에 있어서 다시금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동현 제노 신부(대전교구 목동성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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