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사의 말씀들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어머니 엘리사벳의 태 안에 있을 때부터 기쁨과 즐거움으로 예수님을 증거했지요(루카 1,44 참조). 그런데 지금 요한은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예수님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냈습니다(마태 11,2-3 참조).
예언자적 소명의 완성인 죽음이 임박했음을 느낀 것일까요?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하느님의 목소리가 되어 외친 바를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너희가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요한이 바로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다"(마태 11,14).
예수님께서 요한의 물음에 답을 하신 뒤(마태 11,5-6), 이번에는 요한에 대해 증언하십니다. 그는 메시아보다 먼저 와서 그분의 길을 닦아놓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입니다(마태 17,10-13 참조).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그는 모든 인간을 통틀어 가장 큰 인물입니다. 광야에서 보여준 극기와 절제의 삶은 물론, 세상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이끈 통찰력과 지도력, 자신의 자리를 아는 겸손, 그리고 진리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순교의 영예 또한 예수님은 잘 아시지요.
세례자 요한은 "일찍이 주님의 가르침을 깨달은"(입당송 참조) 존재이며, 이사야 예언자가 묘사한 "날카롭고 날이 많은 새 타작기"(이사 41,15)입니다.
그 타작기는 주님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 산들을 부수고 언덕들을 낮추며 허영에 찬 세상을 무너뜨리는 힘이지만, "주님 안에서 기뻐 뛰놀고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안에서 자랑스러워하는"(이사 41,16) 그분의 종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땅이 열려 구원자 예수님을 피어나게 하도록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이고 구름이 뿌리는 의로움'입니다(복음 환호송 참조).
또한 그는 "현세에서 의롭고 경건하게 살며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고 위대하신 하느님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기다린"(영성체송) 모든 인류의 원형입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마태 11,12).
세례자 요한은 하늘 나라의 도래와 메시아의 오심을 외쳤지만 오히려 하늘 나라와 메시아는 세상 힘에 의해 난폭히 다루어집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와 있는 하늘 나라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까닭입니다.
세상이 섬기는 우상과는 다른 하느님, 세상이 좋아하는 약육강식의 논리와는 다른 질서, 세상을 충동질하는 쾌락, 탐욕과는 다른 가치에 이물감을 느끼는 세상은 하늘 나라를 자기네 구미에 맞게 재구성하고 편집하려 합니다.
하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폭행당하고 탈취의 위험을 겪으면서도 힘을 내어 나아가야 합니다.
하느님 백성에게 하늘 나라를 준비시킨 세례자 요한도, 작고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이 주인이 되는 하느님 나라를 열어 주신 예수님도 세상 힘에 의해 목숨을 잃을 터이지만,
그들은 작은 씨앗에서 새들이 깃드는 나무처럼 무성히 번져가는 하늘 나라(마태 13,32 참조)를 어쩌지 못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서 미완적 상태로나마 하늘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가 그 명백한 증거이고 증인이지요.
"나 주님이 그들에게 응답하고 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으리라"(이사 41,17).
하느님의 이 마음이 우리에게 약속하신 하늘 나라를 지키는 힘입니다 그러니 세례자 요한과 함께 굳은 믿음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오른손을 꼭 붙잡아 주고 계십니다!(마태 41,13 참조).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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