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앙 돋 보 기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디비나] (35) 공동체적 차원

dariaofs 2020. 5. 1. 00:30

공동으로 성경 묵상하면 서로 도움 돼


렉시오 디비나의 첫째 단계인 성경 독서는 능동적인 독서로 각자 작게 소리 내어 성경 말씀을 읽고 들어야 하므로, 어떤 면에서 함께 공동으로 한 장소에서 수행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경 독서는 각자 조용한 곳에서 남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은 곳에서 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그러나 렉시오 디비나의 둘째 단계인 성경 묵상인 반추기도는 홀로 행하기보다는 함께 공동체적으로 행할 때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봉헌생활」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공동으로 묵상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됨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공동으로 하는 성경 묵상은 매우 중요합니다….


형제자매들은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함께 성장하고 영성생활의 진보를 이루기 위하여 서로 돕습니다….


공동으로 하는 묵상은 각자가 받은 특별한 은혜에 알맞은 방법으로 기도와 영성과 열심한 성경 독서의 길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줄 것입니다.”(94항)

우리가 공동으로 함께 묵상하게 되면 개인적인 나태나 게으름에 쉽게 떨어질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쉽게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견제받을 수 있게 된다. 공동으로 함께 반추기도를 할 때 우리는 서로를 의식하기 때문에 서로를 지켜줄 수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함께 행할 때 우리는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령의 현존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분은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나도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마태 18,20)

만약 반추기도 중에 한 사람이 자세가 흐트러지게 되면, 그것은 자칫 공동체 전체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각자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음을 더 의식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반추기도를 할 때는 함께 공동으로 하는 것이 도움된다.


저와 함께 전 회원이 성독 피정을 했던 어느 수녀회 공동체에서는 회의를 통해 사도직 노동 시간을 조금 줄이고 공동체적인 반추기도 시간을 새롭게 조정하기도 하였다.

성경 독서로부터

오늘날 수많은 묵상 방법들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도 방법 중에는 성경에 전혀 기반을 두지 않은 묵상들도 있으며, 그것들은 잘못 신자들을 현혹하거나 혹은 실재보다는 현상에 더 주목하게 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비해 반추기도는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을 중요하게 여긴다. 수도자들에게 성경은 그들의 영적인 삶을 인도하는 하나의 빛과도 같이 중요하였다. 그러므로 수도 전통 안에서 행했던 묵상인 반추기도는 정확히 성경 독서로부터 오게 된다.


성경 독서 없이 반추기도는 있을 수 없으며, 반추기도는 성경 독서로부터 와야 한다. 즉 반추기도 중에 되뇌게 되는 성경 말씀은 성경 독서 때 선택하는 성서 말씀이다.

성경 독서 중에 어떤 한 구절을 기억이나 쪽지에 간직하였다가, 반추기도 때 그 구절을 기억이나 쪽지로부터 떠올려 되뇌는 것이 바로 반추기도이다.


이처럼 성경 독서나 성경 묵상은 결코 분리되지 않고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두 수행에서는 모두 은총 안에서 행하는 인간의 능동적인 측면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




허성준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