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6월 1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dariaofs 2020. 6. 1. 06:11

 

성령 강림 대축일의 은총 속에서 부활 시기를 마무리한 우리에게 또 다른 귀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이십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 어머니 마리아를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그를 통해 우리에게) 어머니로 내어주십니다. 삼십여 년 전 천사에게서 주님의 어머니가 되시리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는 다르게 마리아는 지금 아무 질문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늘 그러셨듯 모든걸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시지요(루카 2,19 참조).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

스승의 어머니와 스승의 제자가 한 가족이 됩니다. 이 새로운 가족의 구성은, 자식 잃고 홀로 된 노쇠한 과부와 스승께 신의를 다하려는 제자의 보은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하느님이 우리 모두의 아버지시고, 예수님이 우리 모두의 친구요 형제이시듯, 마리아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십니다.

"자기 집에 모셨다."

교회는 마리아를 어머니로 공경하고 사랑합니다. 하느님 구원 사업에 오롯이 순종한 용기 있는 여인을, 한생을 성자 예수님 곁에서 침묵과 기도로 인내하고 동반한 강인한 여인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믿는 이들의 모임인 교회는 공동체 안에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고, 우리 각자도 내면에 그분을 어머니로 모십니다.

어머니 앞에서는 체면도 자존심도 무장해제 됩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드리는 전구의 요청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존적이고 염치불구한 내용이 되기도 하지요. 어머니에게는 그래도 될 것 같으니까요. 살아가면서 내 바람이 옳은지 그른지 교리적으로 검열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졸라도 되는 존재가 있다면, 내 바닥까지 다 알면서도 완전 내 편인 존재가 있다면 행복합니다. 감당키 어려운 어둠이 닥쳐도 결국 영육의 건강을 회복하고 오뚜기처럼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니까요. 어머니의 존재는 그런 힘입니다.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어린양으로서 수난과 죽음의 희생제사를 완성하시지요. 이와 더불어 세상에 당신 어머니를 수여하심으로써, 세상은 영원한 모성을 얻고, 마리아는 교회 안에 현존하실 거처를 마련하십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건너며 귀양살이에 지친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해 예수님께서 마련하신 사려 깊은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제1독서에서는 하느님과 인류 사이에 난처하고 송구스런 대화가 오가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가 되었든 피조물들이 제 주인을 넘보았고 거역했으니까요.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창세 3,20).

첫 아담의 죄가 새 아담이신 예수님의 은총으로 씻겨졌듯, 첫 어머니인 하와의 욕망이 새 하와이신 마리아의 순종으로 정화됩니다. 새로운 하와 마리아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인 동시에 천상과 지상에 머무르는 모든 영혼의 어머니이십니다.

"마리아와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네"(입당송).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머니와 함께 바치는 기도가 절실한 때입니다. 성찰도 전망도 중요하지만, 당장 굶주리고 병들고 죽어가는 가련한 자녀들의 몸을 부둥켜 안고 울어 줄 어머니가 그리운 순간이 닥쳐왔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그러니 우리,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기도합시다. 이 고난과 분열의 시기를 무사히 지나가게 해달라고, 함께 손잡고 걸어 달라고, 아픈 데를 어루만져 달라고, 꼭 안아 달라고 매달립시다. 지금 세상 곳곳에서 아파하는 모든 이에게 엄마가 되어 달라고, 비록 죄인이지만 우리를 위해 아버지께 빌어달라고 청합시다. 이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지치지 말고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기도합시다.

교회의 어머니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죄인들의 피신처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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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