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6월 5일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dariaofs 2020. 6. 5. 06:15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성경의 권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을 확인시켜 주십니다.

"어찌하여 율법 학자들은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라고 말하느냐?"(마르 12,35)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사실 이스라엘 백성은 성경과 역사에 근거하여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에서 나오리라 믿었습니다.

일찌기 성조 야곱은 "왕홀이 유다에게서 지휘봉이 그의 다리 사이에서 떠나지 않으리라"(창세 49,10)고 축복하며 통치권이 유다 가문에서 나오리라 예언하였지요.

이어 주님께서 유다의 자손인 다윗 임금에게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되리라"(2사무 7,16)고 하신 바 있습니다.

또 미카 예언자는 다윗의 고을인 베들레헴을 두고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고 예언하면서 "그는 주님의 능력에 힘입어 목자로 나서리라. 그러면 그들은 안전하게 살리니 이제 그가 땅 끝까지 위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신이 평화가 되리라"(미카 5,1-4)고 전하였습니다.

그러니 이스라엘에서 나실 메시아는 유다 가문, 다윗의 자손이 맞습니다. 인간적 계보가 그렇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신적인 계보는 어떨까요?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구원할 기름부음받은이, 메시아를 정치적 현세적 인물로 국한해 생각하는 이스라엘에게 질문을 던지시는 겁니다.

"다윗 스스로 메시아를 주님이라고 말하는데"(마르 12,37)...

예수님은 다윗의 노래라 불리는 시편의 고백을 들어 메시아의 신적, 초월적 신원을 밝히십니다. 이 역시 성경의 권위를 통해서입니다.

"다윗 자신이 성령의 도움으로 말하였다"(마르 12,36).

"성령의 도움"은 곧 성령의 영감으로 씌여진 성경을 가리킵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2티모 3,16)라 말하며 이를 뒷받침하지요.

어쩌면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보내 주실 구원자, 메시아가 완전한 하느님이시면서 완전한 인간이기도 한, 신성과 인성을 지니신 존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의식의 대전환이 있지 않고서는 깨달을 수 없는 신비니까요.

하지만 그 실마리가 성경 안에 없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기름부음받은이에게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시편 2,7)고 하셨으니까요. 또 "내가 이르건대 너희는 신이며 모두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다"(시편 82,6)라는 대목도 있습니다.

성경을 알되 선택적으로 알게 되면 하느님의 진심을 깨닫기 어렵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율법 학자들처럼 말이죠. 예수님께서는 인간적 계보로는 다윗의 자손으로 오셨고, 신적 계보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니 과연 구약 성경의 예언이 그분을 통해 완성된 것입니다. 이를 거부하는 이들은 이 놀라운 구원의 기쁨을 누릴 수 없으니 안타깝지요.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2티모 3,15).

구약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으며 신약을 준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이 그토록 확신하는 율법과 예언서의 내용을 완성하는 분이시지요. 그런데 성경에 대한 거시적이면서 심오한 통찰은 말씀을 사유화하거나, 제 이익을 위해 도구화하거나, 또 말씀을 인간의 편협한 사고 안에 정형화하는 이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은총입니다.

당시 율법 학자나 종교 지배층처럼 하나는 알되 둘은 모르는 우매한 현학자가 되지 않으려면, 말씀 앞에 겸손과 사랑으로 서야 할 것입니다. 성령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말씀 앞에서 무지하고 무감할 따름이니까요.

"당신 가르침을 사랑하는 이에게 평화 넘치고 그들 앞에 무엇 하나 거칠 것이 없나이다"(화답송).

우리가 말씀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닙니다. 또 훈장처럼 과시할 이수 과정 레벨이나 통독 횟수도 아니지요. 주님께서 말씀을 통해 우리가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게 해 주시고, 온갖 선행을 할 능력을 좀 더 갖추게 해 주신다면(2티모 3,17) 그땐 우리 자신이 복음이 되고 말씀의 사람,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말씀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다 깊이 만나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그분은 우리 얕은 지식과 사고를 초월하는 분이시니 성령께 마음을 활짝 열고 겸손과 사랑으로 그분 앞에 머물러 기다립시다. 그러면 은총으로 말씀과 하나가 될 것입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