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앙 돋 보 기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49. 토마스 머튼의 종교간 대화 ①

dariaofs 2020. 6. 26. 01:34

“하느님의 영은 모든 종교적 시스템을 초월한다”

 

▲ 그림=하삼두 스테파노


필자가 토마스 머튼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장 놀랍고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처음부터 관상에 대한 새로운 영성, 혹은 종교 간의 대화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머튼의 영성 변화와 성장은 그가 초기에 기록한 글과 후기에 기록한 글들을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삶의 전체적인 여정을 통해 하느님과 인간, 세상과 다른 종교들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얻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그의 초기 작품에서 머튼은 가톨릭의 전통적인 관상에 대한 가르침에 충실한 수도승으로서 다소 우월적인 입장에서 관상에 대해 미숙하게 묘사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후기 작품에는 그의 초기 생각을 수정해 개인의 정체성에 의존하지 않고, 하느님 선물의 다양성 안에서 관상적 체험이 각 개인에게 다르게 수용될 수 있고, 다른 종교적 전통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관상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영적 체험의 보편성과 다양성

앞서 살펴보았듯이, 머튼은 일생 신비적이고 내적인 체험들을 다양하게 했다. 이 체험들은 그의 가톨릭으로의 개종, 심리적이고 영적인 좌절들의 극복, 관상과 활동의 통합, 다른 이들에 대한 개방, 그리고 불교-그리스도교 대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줬다.

 

보편적인 길로서 신비적이고 내적인 체험의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머튼의 불교와의 대화 방법은 그리스도인의 신학적 전망으로부터 경험적이고 실존적인 전망, 영적이고 관상적인 전망으로 변화됐다.

내적-신비적 체험을 통해 변화된 머튼의 영적 성장 과정을 종교 간 대화 측면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영적인 성숙’이다. 각자 자신의 종교 안에서 영적인 성숙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로 나누는 종교 간 대화는 위험하다.

 

머튼은 우리의 영적인 여정은 지속적인 하느님과의 관상적 일치의 여정이며, 여기에 참된 뿌리를 내리지 않을 때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모래 위에 세워진 집”(마태 2,26 참조)으로 보았다.

 

그래서 아시아에서의 마지막 연설에서 진정한 종교 간 대화를 위해, 머튼은 “관상적 대화는 반드시 오랜 침묵과 오랜 명상의 수행을 통해 진지하게 영적인 훈련을 해 온 이들에게 유보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진지한 영적인 훈련과 자기 자신의 전통 안에서 준비 없이는 종교 간 대화는 주관적이거나 고루한 미성숙의 표면적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보았다.

둘째, 머튼은 이러한 내적-신비적 체험은 그리스도교만의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영적 체험은 다양한 종교 안에서 혹은 종교를 넘어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영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통해 각기 다른 형태로 묘사될 수 있다.

 

이러한 영적 체험의 보편성과 다양성은 머튼에게 깊은 초월적인 단계에서 다른 종교적 표현에 대해 배우도록 자극했다. 예를 들어 그는 자신의 내적 체험들을 표현하고 해석하기 위해 불교의 영성으로부터 다양한 개념을 취하여 사용했다.

 

그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그들의 내적 체험을 상호 교환함으로써 서로가 더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불자들과의 체험적인 대화에서, 그는 그리스도교 중심적인 구원론을 거절하지도, 종교 혼합주의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하느님의 영은 모든 종교적인 시스템을 초월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종교간 대화 통해 초-문화적 성숙 도달

마침내, 그는 자신의 내적 체험과 종교 간 대화를 통해 최종적 통합인 초-문화적 성숙의 상태에 도달했고, 깊은 영적인 단계와 보편적인 수준에서 불자와 그리스도인 사이의 풍성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이룩하는데 공헌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말년에 다른 종교적 전통과의 대화를 위해 직접적인 삶의 체험과 영적 교류를 강조했다. 특히 불교는 수도승 생활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수도승들이 불교 수도승의 삶을 직접 체험하거나, 불교의 수도승들이 그리스도교 수도원에서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상호 영적 교류 체험을 할 것을 권고했다.

불교와 상호 영적 교류 체험 확대 권고

그의 이 제안은 실제로 1970년대부터 국제적인 수도승들 상호 간의 네트워크인 AIM(Aide l’Implantation Monastique)과 1993년부터 AIM에서 독립한 국제 수도승적인 종교 간 대화 기구(DIMMID)에 의해 ‘수도승적 손님 환대’ 프로그램과 ‘영적 교류’ 프로그램, 그리고 ‘겟세마니 모임들’의 형태로 불교와 그리스도교 수도승 간에 시행되었다.

 

이러한 모임들은 개방성, 영적 우정 관계, 친교와 굳건한 협력의 영성 안에서 관상적 대화에 집중해 왔다. 그들은 수도승들만의 친교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관상가와의 친교를 향해 개방되었다.

 

그러나 여기에 언급된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서구 수도승들이 그 중심이 되고 있으며, 아직 아시아 수도승들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종교 간 대화에 더 깊이 참여해야 하고, 이러한 기회들을 더 가져야 할 아시아의 불교와 그리스도교 수도승들에게 더 장려될 필요가 있다.

▲ 박재찬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