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9월 15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dariaofs 2020. 9. 15. 06:54

교회는 우리 구원의 표지인 성 십자가를 경축한 그 다음날에 십자가 아래서 주님과 함께하신 고통의 성모 마리아를 기립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십자가 아래에서 죽음 없이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신"(복음환호송) 분이십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예수님께서 십자가 곁을 지킨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성모 마리아를 어머니로 주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한 제자에게뿐만 아니라 온 인류에게 주신 사랑입니다. 우리도 이 말씀으로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게 되는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고 기댈 어머니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은혜로운 선물은 단지 우리가 마리아를 영적 어머니로 모시게 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머니와 더불어 마리아의 모성까지 받았습니다.

 

우리가 남성이건 여성이건, 어느 제도 안의 어느 신분이건 상관없이 마리아의 모성은 우리 영혼 깊숙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우리 영혼이 이미 말씀의 칼, 사랑의 칼에 찔리었기 때문입니다."(입당송 참조) 우리가 이 모성을 살아갈 때 인간으로서 신앙인으로서 더욱 성숙해지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제1독서에서 히브리서 저자는 지상에서 올린 예수님의 기도를 언급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계실 때, 당신을 죽음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고, 하느님께서는 그 경외심 때문에 들어 주셨습니다."(히브 5,7)

예수님의 기도는 당신 한 분의 안위나 평안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신 제자들과 당신 편에 선 이들만을 향하지도 않았지요. 그분의 기도는 당신을 적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들까지, 당신을 모르는 미래의 세대까지 무한히 품으십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구원자의 기도인 동시에 절절한 모성의 기도입니다.

기도하는 이는 모두 마리아의 모성을 생생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온 생애를 동반한 마리아께서 그러셨고, 또 우리 육신의 어머니들이 그러하셨듯, 자식에 대한 사랑 앞에서 모성의 발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지요. 우리의 기도가 바로 이 모성을 담아야 합니다.

고통의 성모 마리아의 모성은 선인이나 악인이나 똑같이 사랑하시고 기회를 주시는 아버지의 자비와 맥을 같이합니다. 마리아가 세상의 어머니가 되실 수 있는 것도 이 연유에서이지요. 어머니는 자식을 능력 여부로 가리지 않고 죄인이라고 등 돌리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다 품으니 어머니입니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마리아의 사랑을 받아 누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모성을 살아가라고 초대합니다. 당연히 고통이 따를 겁니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품고 기도하고 염려하고 돕는 것에는 아픔이 끼어들게 마련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잘 압니다. 고통 없이 사랑은 없으니까요.


어쩌면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이들, 아프게 하는 이들,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는 이들이 내 모성을 필요로 하는 '자녀'일 수 있습니다. 그가 부모이건 배우자건 자녀건 친지와 지인이건 관계없이 성모 마리아와 나의 기도, 관심, 사랑을 목말라 하는 자녀인 셈이지요. 내 모성을 들썩이는 건 늘 좋고 사랑스럽고 우애 넘치는 이들만이 아닐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오늘 마리아와 함께 기도합시다. 고통의 성모께 고통을 안고 사랑하는 법을 배웁시다. 그분의 기도에 합하여 세상 모든 자녀들을 위한 우리의 기도를 멈추지 맙시다. 서로의 어머니고, 또 서로의 자녀인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