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0월 2일 수호천사 기념일

dariaofs 2020. 10. 2. 05:58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천사가 되는 길을 가르쳐 주십니다.

"하늘 나라에서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마태 18,1)


제자들이 예수님께 여쭙니다. 질문에는 묻는 이의 관심사가 들어 있기 마련이지요. "큰 사람". 제자들의 로망이고 욕망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제 곧 제자들은 예수님의 답을 통해 지상의 나라에서의 "큰 사람" 개념과 하늘 나라의 "큰 사람" 개념이 다르다는 걸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예수님은 그들의 마음과 대조되는 "작은 이"를 보여 주십니다. 게다가 어린이처럼 작아지지 않고서는, 하늘 나라의 큰 사람을 꿈꾸기는커녕 그곳에 들어가지도 못하리라고 단호히 언급하시지요.

어린이처럼 작아지는 길은 "회개"입니다. 높고 강하고 큰 것을 추구하던 방향성을 되돌려, 낮고 약하고 작은 것에 눈길을 주고 다가가 하나가 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엽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마태 18,10)


사람은 누군가를 업신여겨서는 안 됩니다. 사람뿐 아니라 어떤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초라하고 나약하고 비천해 보여도 하느님께서 지으신 모든 피조물은 그분의 생각과 마음을 담고 있고, 하느님 계획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사람들이 작은 것 안에서 거대한 우주를 볼 수 있기를, 작은 이들 안에서 하느님 얼굴을 볼 수 있기를 바라십니다. 그럴 수 있다면 모든 존재에 대한 경외감과 존중은 절로 일어나지요. 제자들이 하늘 나라의 큰 사람 되기를 꿈꾸기 전에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기를,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전에 작음을 향해 회개하기를 바라십니다. 예수님께서
"나는 너희들이 더, 더, 더 작은 것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하고 속삭이시는 듯합니다.

제1독서의 대목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에게 주님께서 천사를 보내시며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는 내 이름을 지니고 있다."(탈출 23,21)


하느님의 이름은 하느님 현존, 하느님 권능, 하느님 영광의 다른 표현입니다. 주님께서 천사에게 당신 이름을 맡기신 것은, 그 천사의 명예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이스라엘을 보호하시기 위함이지요.

주님은 이스라엘이 당신의 천사를 존중하고, 거역하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천사는 보내신 분의 뜻을 그대로 전달하고 실행하는 존재니까요. 천사를 신격화해서가 아니라 그의 말에 하느님 뜻이, 그의 행동에 하느님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천사들이 하늘 나라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분께 우리의 사정을 아룁니다.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 못해도 우리 주변에서 우리와 동행하며 보호하지요. 구약의 인물들이나 마리아처럼 직접 천사를 대면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다양한 존재들을 통해 천사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천사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으려면 시선은 작고 낮은 곳으로, 마음은 약하고 고통 받는 곳으로 향해야 합니다. 이것이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회개"인 것이지요. 이 시선과 이 마음을 지닌 이에게 천사는 도처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여줄 것입니다. 천사의 몸짓은 아주 고요하고 섬세해서 크고 강하고 높은 것을 좇는 시력에는 포착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천사들이 우리를 떠받치고 보호해왔는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지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우리를 위해서 지구 반대편에서 홀로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천사가 있습니다. 한 사건이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한 원인과 결과들의 고리를 거쳐 우리 앞에서 폭발하기까지, 우리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천사들의 피땀과 눈물이 격한 충격을 흡수하고 방향을 틀어 우리를 보호해 왔습니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지요.

우리도 누군가의 천사일 수 있습니다. 바람결에 실어 보낸 따뜻한 안부와 기도가 이 세상 누군가에게 밥이 되고 위로가 되고 살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실천하는 모든 사랑의 몸짓이 곧 천사의 몸짓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천사가 되고 싶습니까? 살아서도 천사가 되는 길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이에게 또 모르는 이에게 기도 천사, 격려 천사, 위로 천사, 나눔 천사, 기쁨 천사, 감사 천사, 미소 천사, 안부 천사... 여러분 자신이 이미 누군가에게 작은 천사였다는 사실이 보이시지요? 여러분은 세상 눈에는 가려져 있지만, 작은 것을 보시는 주님 눈에는 선명히 감지되는 숨은 천사입니다. 이 세상 어둠과 고통 속에서 이렇듯 천사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천사 되시길 축윈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