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0월 27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dariaofs 2020. 10. 27. 02:41

오늘 미사의 말씀은 하느님 나라 이야기입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루카 13,19)
"그것은 누룩과 같다."(루카 13,20)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비유로 든 사물들은 참 작고 미소합니다. 흔하기도 하고요. 혼자서는 무엇도 될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혼자만의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 제국이 아닌, 함께함이 만들어 내는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정원에 심었다."(루카 13,19)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루카 13,21)

겨자씨는 정원 안의 흙 속에 심겨야 제 생명을 튀우고, 누룩은 밀가루 속에 합쳐져야 비로소 먹거리를 위해 제 구실을 합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나라는 알맞은 환경 안에 스며들어 본 모습을 형성하며 확장됩니다.

작고 미소한 존재의 특징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느님 나라도 그렇습니다. 조심조심, 소중히 다루어야 하지요. 게다가 힘과 능력이 중시되는 세상에서는 쉽게 간과되거나 무시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는 믿고 희망하는 이에게는 자신을 드러내지만, 작은 씨앗이나 누룩처럼 아무나에게 굳이 자신을 뽐내고 강요하지 않는 신비지요.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 곧 남편과 아내의 관계와 교차해 설명합니다.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십시오."(에페 5,21)

성령의 영감으로 쓰인 성경 말씀이지만 시대와 문화 안에서 쓰였기에 집필 당시의 "지금 여기"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남편과 아내 관계를 서술한 성경의 대목들이 종종 논란거리가 되는 이유는 지금보다 훨씬 더 철저한 가부장적 부족사회의 정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위의 이 말씀이 부부 간의 사랑 관계의 대전제임을 인식한다면 이어지는 내용들을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마다 자기 아내를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고, 아내도 남편을 존중해야 합니다."(에페 5,33)

남편과 아내 서로에게는 사랑과 존중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와 우리 사이에 오가는 사랑과 존중처럼 말입니다. 사실 아내와 남편, 두 존재 모두는 겨자씨나 누룩처럼 약하디 약한 존재들일 겁니다. 각자는 존재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이룰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아직 그 힘이 드러나지 않은 미약한 볼모지입니다.

겨자씨인 남편에게는 품어주는 정원의 흙 같은 아내가 필요하고, 누룩인 아내에게는 섞여서 한 몸이 되고 함께 확장될 밀가루가 필요합니다. 서로 만나 하나가 될 때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지요. 혼자서는 그저 개별의 물질이지만, 함께할 때 새들이 깃들고 타인을 배불리는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이것이 하느님 나라의 신비이고, 남편과 아내, 또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입니다.

혼인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각자에게 와준 인격의 신비를, 독신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관상하는 오늘 되시길 바랍니다. 바로 그들이 함께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가고 있는 소중한 파트너지요. 우리에게 온 하느님 나라는 아주 작고 미소하고 약하기에 소중히 대하고 정성껏 품어야 합니다. 그래야 너와 나의 신비가 합쳐져 모두가 깃드는 하느님 나라, 모두를 흡족히 배불리는 하느님 나라를 이룰 수 있습니다.

"주님을 찾는 마음은 기뻐하여라. 주님과 그 권능을 구하여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입당송)

이 말씀은 남편과 아내, 그리스도와 교회가 하느님 나라를 이룰 수 있는 팁을 제시합니다. 언제나 상대에게서 그분의 얼굴을 찾는 것! 흠 많고 부족하며 죄인인 실수투성이 파트너, 공동체, 교회 안에서 "어떤 사람보다 수려하신"(시편 45,2 참조) 주님의 얼굴을 찾으라고 오늘의 말씀은 초대합니다. 아름다우신 주님의 얼굴을 담고, 하느님 나라의 충만함으로 피어나는 벗님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