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0월 24일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dariaofs 2020. 10. 24. 07:06

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우리의 회개를 바라시는 주님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루카 13,3)
"더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루카 13,5)

이스라엘 백성은 천재지변이나 사고, 병고 등이 하느님 진노의 결과라 여겼습니다. 이런 변을 당한 이들이 부정하거나 죄를 지어서 받는 벌이라 믿었지요. 예수님께서 그들의 편견에 질문을 던지십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루카 13,3.5)

사고는 누구나 겪을 수 있습니다.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햇빛과 비가 허락되듯이, 고통도 마찬가지지요. 차이가 있다면 비극적 사고에서 의미를 끌어올리느냐 무너지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멸망"
무조건 자신이 옳고 완전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사고나 불운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자기가 잘못한 일이 없는데 이런 고통을 겪는 건 부당하다고 여겨 분노의 대상을 찾다 찾다 결국 신에게 증오를 쏟아내기도 합니다. 무너진 육신과 재산의 손실에 더해 영혼까지 휘청거리지요.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멸망"은 단순히 외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반면 끊임없이 회개라는 이들, 즉 스스로 용서받은 죄인임을 인식하는 이들은 고통이 닥쳐올 때 자신을 더 삼가고 살핍니다. 하느님께서 일부러 우리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심을 잘 알기에 괜한 분노로 힘을 빼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겪는 고난의 원인을 숙고하고 의미를 찾아나갑니다. 회개한 이들은 외적으로는 타격을 입을망정 영혼은 더 큰 생명력으로 더욱 단단해집니다.

"그럼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루카 13,9)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잘라 버리라는 포도원 주인에게 포도 재배인이 청합니다. 자신이 거름을 주며 돌보겠다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청하면서까지 만류하지요. 그에게서 멸망할 위기에 처한 생명에 대한 연민과, 자신의 희생과 사랑의 노력이 나무의 생명력을 회복시키리라는 낙관, 그리고 신뢰의 마음을 동시에 봅니다. 바로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 대해 가지고 계신 마음입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동체의 성장과 완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모든 면에서 자라나 그분에게까지 이르러야 합니다."(에페 4,15)

죄인들의 모임인 교회는 겉으로 불완전하고 지지부진하고 결점투성이처럼 보여도 본질적으로는 이런 목표를 지닙니다. 구성원 각자가 지닌 부족함과 불결함, 죄악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에페 4,13) 다다를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저마다 아무리 큰 죄인이어도 교회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그렇게 계획하셨고 이끄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아무리 추상같은 진리도 사랑으로 전할 때 진정성이 전달됩니다. 진리는 단호해도 따듯하고, 단순해도 포용적이기 때문이지요.

"모든 면에서 자라나"
성장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 육의 생명을 떠날 때까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자라며 변화해 가야 합니다. "주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 있어서의 일치와 성숙"(에페 4,13 참조)이 곧 회개의 열매인 성장입니다. 저마다 받은 은총과 역량에 따라 성장의 속도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로서 끊임없이 쇄신하고 변화하는 회개로 불리움받았습니다.

"그분에게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비록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 같은 존재일망정 이 희망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포도 재배인이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희망을 버리지 않으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우리 둘레의 땅을 허물고 거름을 채워 주십니다. "살아남아라!"(에제 16,6) 하시는 주님의 간절한 마음이 들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자라나고 있습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루카 13,8)

포도 재배인이신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일 년의 유예를 청하십니다. 그렇다면, 딱 일 년이 지났는데 성과가 없으면 뽑혀 버릴까요? 아마도 우리가 회개하여 열매를 맺을 때까지 이 유예는 매년 갱신될 것이고, 어쩌면 마지막 날까지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그분은 열매에 앞서 우리 존재를 더 염려하시고 연민하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향해 돌아서는 회개는 그리스도의 충만함을 앞당깁니다. 이것이 주님의 자비가 아무리 커도 마냥 회개를 미룰 수 없는 이유입니다. 회개하는 이에게는 그 어떤 고통도 멸망의 빌미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장하고 변화하는 거름이 될 것이니까요.

사랑하는 벗님! 오늘 우리에게 바라시는 뱡향 전환, 돌아섬, 회개는 무엇인지 주님께 여쭙고 귀기울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하루하루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충만함을 나누시려고 우리에게 말씀과 성체로 거름을 주며 더 애타게 간절히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답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