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0월 21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dariaofs 2020. 10. 21. 06:02

오늘 미사의 말씀 안에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 이 비유를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루카 12,42)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사람의 아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으라고 이르시자 베드로가 여쭙니다. 그는 이 말씀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궁금한 듯합니다.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루카 12,42)

주인은 집사에게 종들을 맡기고 많은 권한을 부여합니다. 그 권한들은 집사의 안위와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종들과, 종들을 통해 가꾸어질 집안 전체를 위한 것이지요.

그런데, 감히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의 전형은 바로 하느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분은 권위로 호령하거나 힘을 휘두르며 윗자리에 군림하시지 않고 스스로 이 땅 낮은 곳까지 내려오셨지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의 모든 피조물의 필요와 고통을 헤아리며 돌보고 계십니다. 그러니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려면, 일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면 될 것입니다.

"주인은 자기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루카 12,44)


주님은 당신께서 만드신 세상과 교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집사로 먼저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주인의 마음과 뜻을 헤아리고 지혜를 다해 수고하는 집사는 자기 영광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주인의 계획이 이루어지도록 협력합니다. 이처럼 충실하고 슬기롭게 주님의 집을 관리하는 이들에게 맡기실 "모든 재산"이란 바로 그분이 맡기시는 신비이고, 또 모든 영혼들일 겁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자신이 받은 직무와, 이 은총의 열매를 이야기합니다.

"보잘것없는 나에게 그러한 은총을 주시어 ...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던 그 신비의 계획이 어떠한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밝혀 주게 하셨습니다."(에페 3,8-9)


사도가 받은 직무는 모든 민족에게 하느님의 신비를 전하는 일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주님의 무한하신 자비로 선택을 받고
"계시를 통하여 신비를 알게 되었다"(에페 3,3)고 고백합니다. 사도가 지닌 지식과 충실함, 열정을 쓰시려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원한 계획"을 위해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그에게 이처럼 엄청난 신비를 허용하신 것입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에페 3,6)


사도 바오로가 "은총의 직무"
(에페 3,2)를 받은 이유입니다. 구원이 이스라엘의 울타리를 넘어서 모든 민족에게 베풀어지도록, 온 세상 모든 이가 "공동 상속자", "한 몸의 지체", "공동 수혜자"가 되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큰 그림 덕분이지요.

처음에는 감추어져 있던 하느님의 신비가
"성령을 통하여 사도들과 예언자들에게 계시되었습니다."(에페 3,5) 사도들과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종들과 자녀들을 돌보고 공동체를 가꾸도록 먼저 선택받은 이들이지요. 그들의 충성과 투신을 통해 복음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루카 12,48)


우문현답이하고 할까요? 베드로의 질문을 예수님께서 이런 답으로 맺으십니다. 사람의 아들을 맞이하는 일은 비단 제도적 직무에 매인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유보되지 않았음을 포괄적으로 말씀하시는 듯하지요.

모든 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복음을 통해 하느님 은총의 공동 상속자, 지체, 공동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매우 다양한 지혜"(에페 3,10)는 우리 모두를 포용하고도 남습니다. 우리가 누구이건 우리 모두는 그 중의 하나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벗님은 스스로 주님께 많이 받았다고 느끼십니까? 그럼 주님께서 많이 요구하실 것이니 더, 더, 더 주인 뜻에 따라 충실하고 슬기롭게 사랑하도록 애씁시다. 주님께서 자신에게 뭔가 더 많은 걸 각별하게 맡기신 것 같다고 느끼십니까? 그렇다면 주님께서 더 청구하실 것이니 맡겨주신 영혼들을 힘껏 돌보고 나누고 섬깁시다.

우리에게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의 완전한 모델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듯, 우리도 맡기신 모든 이를 돌보고 사랑하고 가꾸다 보면 그분을 닮아갈 것입니다. 그분께서 흡족히 여기실 은총의 관리자로 발돋움하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루카 12,43)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