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께서 바라시는 교회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너희는 가서"(마태 28,19)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우선 떠남을 전제로 말씀하십니다. 파견입니다. 제자들이 먼저 움직여서, 주님의 잠재적 자녀가 있는 곳으로 떠나가야 합니다.
"가서"
교회는 움직입니다. 길 위를 걷는 교회입니다. 그래서 역동적이고 유연해야 합니다. 새로움과 변화를 경계하지 않고, 만나고 적응하며 포용합니다. 이런 가치를 망각한 선교는 성가신 방해물로 전락하거나 자칫 일방적인 폭력까지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모든 사람의 주님"(로마 10,12)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가 섬기는 주님께서 모든 사람의 주님이시기 때문이지요. 그분은 우리가 은총을 입어 일찌기 부르심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끼리 독점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그분 가슴에는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의 모든 이가 자녀로 새겨져 있습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파견"된 이를 통해 복음이 "선포"되고, 이 선포된 말씀을 "들은" 이가 "믿게" 됩니다. 아직 당신 날개 아래로 모여들지 않은 자녀들에 대한 아버지의 그리움과 애틋함이 우리에게 떠나라고 들썩입니다. 아버지의 마음 안에 절절히 흐르는 이 사랑과 그리움에 물든 이가 "가서" 그 사랑을 전할 수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예언자는 모든 민족이 주님 날개 아래로 모여드는 가슴 벅찬 축제의 날을 이야기합니다.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이사 2,3)
주님의 산은 시나이산이나 예루살렘 등의 특정 장소 개념을 넘어섭니다.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주님의 산은 거룩한 곳, 사랑과 헌신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교회나 믿는 이들의 공동체이기도 하고, 주님께서 머무르시는 성전인 우리 자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서" 복음을 전하고, 우리를 만난 이들이 말씀을 듣고 믿게 됩니다. 이제 그들은 교회를 향해 돌아서서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하는 법을 익힙니다. "주님의 산"은 길 위로 나선 교회를 통해 확장되고 성장하여 언젠가 완성의 날이 오면 천상 예루살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고인 물이 되지 말라고, 멈추어서 안전지대 안에 자신을 가둔 채 고착되지 말라고 흔듭니다. 목마른 사람이 제 발로 찾아올 때까지 미적대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는 교회가 아니라, 찾아 나서는 교회, 직접 찾아가는 교회, 길 위에서 움직이는 교회가 되라고 촉구하십니다.
아직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접하지 못한 채 삶의 굴레에 짓눌린 이들에게 하느님 피조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아 주는 일,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격려하는 일, 우리가 초대된 구원의 길은, 마음이 요구하는 선을 실천함으로써 나누시고 헌신하시고 사랑하신, 선한 주님을 닮아가는 길임을 보여주는 일이 곧 선교가 아닐까 합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길을 나서는 것은 사실 도전이고 모험입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미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지는 것과 같지요. 하지만 우리는 주님의 이 약속에 힘 입어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코로나19 감염증 사태 때문에 물리적으로 찾아가는 행보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 혼돈이 좀 더 지속된다니, 그저 손 놓고 마냥 멈추어 있을 수만도 없지요. 그래도 서로를 잇는 수단들이 다양히 존재하고 활발히 작동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서로를 기억하고 기도하며 따스한 관심과 안부로 우리 모두가 주님 안의 한 형제임을 확인하고, 확인시켜 주는 오늘이 되면 좋겠습니다. 복음을 전하러 당장 먼 이국 땅까지 날아가기는 어려워도,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님의 목소리와 온도와 향기가 되어 줄 수는 있으니까요.
세상 모든 이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주님의 자녀로서의 신원을 충만히 살아가길 함께 기도합시다.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내편 네편 가름 없는, 우리 모두의 행복입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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