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0월 17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dariaofs 2020. 10. 17. 05:55

오늘 미사의 말씀은 성령께 우리 시선을 고정하도록 이끄십니다.

"너희는 ... 끌려갈 때 ...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루카 12,11-12)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성령을 약속하십니다. 당신이 떠나신 후, 뒤에 남아 예수님의 분부를 이어가야 할 제자들, 우리들에게 보증을 남기시는 겁니다.

증언(간증)의 기회는 강제로 끌려가서 맞이할 수도 있고, 아직 믿지 않는 이들에게 기꺼이 자신이 체험한 그리스도를 전하면서 얻게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전할 때 신중함과 정확성, 치우치지 않는 진실이 요구되기에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미리 준비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말씀하시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고백하면서 우리는 성령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성령께 마음을 활짝 열고 있으면, 그분께서 우리 안에서 친히 당신을 증언하십니다. 우리는 이를 그대로 펼치기만 하면 되지요.

그런데 마음 속에서 솟아나는 성령의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완고히 침묵하면서 버티는 이는 성령을 거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신과 함께하시는 성령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 믿음은 문자와 규범이라는 안전지대 안에 갇힌 죽은 믿음에 불과합니다.

생생히 살아 움직이시는 성령과 호흡을 맞추어 새로움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온전히 성령께서 말씀하시도록 허용할 때, 우리의 증언은 곧 성령의 증언이 됩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관계를 여러 각도로 보여주며 교회와 연결합니다.

"아버지께서 ...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어 ... 여러분이 알게 되기를 비는 것입니다."(에페 1,17-18)


사도는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시며, 우리에게 당신의 영, 곧 지혜와 계시의 성령을 주신다고 밝힙니다. 성령을 주시는 목적은 우리에게 당신의 부르심과 희망과 영광을 알게 해 주시려는 것이지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모든 면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습니다."(에페 1,23)


성령을 받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이룹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강한 능력과 활동으로"
(에페 1,19) 활동하시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기억하게 해 주시고, 그 신비를 깨우쳐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통해 그리스도를 증언하시지요.

"진리의 영이 나를 증언하시고 너희도 나를 증언하리라."(복음 환호송)


성령과 우리가 한 목소리로 그리스도를 증언합니다. 신학 지식과 영적 깨달음뿐 아니라 그분과 연결된 우리 삶의 구석구석, 시시각각이 모두 다 증언거리가 됩니다. 그 안에 예수님께서 현존하시고 수난하시며 죽으십니다. 부활하시고 용서하시고 구원하시지요. 성령께서는 우리 삶의 현장이 곧 우리와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의 증언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성령은 교회의 시대, 성령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하느님 자녀로, 그리스도의 벗으로 설 수 있게 해 주십니다. 거대하고 화려하고 강해 보이는 현세의 세속적 가치들 틈에서 작고 약하고 낮은 주님의 모습을 놓치지 않도록 영혼에 불꽃을 일으켜 주십니다.

사랑하는 벗님! 각자에게 주어진 고되고 험한 길을 성령께 의지해 묵묵히 걷고 있는 벗님을 축복합니다.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성령께 의지해 성 삼위 하느님의 사랑 안으로 더, 더, 더 깊숙이 잠기시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다음 걸음과 다음 방향과 다음의 고백을 알려 주실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나아갑시다.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