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0월 16일 연중 제28주간 금요일

dariaofs 2020. 10. 16. 08:54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를 격려하십니다.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루카 12,1)


수많은 군중이 서로 밟힐 정도로 몰려든 상황인데,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먼저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운명을 같이 하는 이들이니, 군중보다 더 직접적으로 바리사이들의 음모에 직면한 상태일 수 있겠지요. 예수님은 바리사이들의 가르침을 누룩으로 표현하시면서, 곧바로 "위선"이라고 덧붙이십니다.

누룩은 물질을 부풀게 하고 성숙시키지만, 썩게도 만들지요. 부패하면 불결해지고 오염시킵니다.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백성을 가르치니 그 가르침은 따르되 행실은 따라하지 말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마태 23,3 참조) 지혜의 눈을 크게 뜨고, 바리사이들이 가르치는 하느님 말씀과 그들의 위선을 분리해서 대처하라는 뜻 같습니다.

"육신은 죽여도 그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루카 12,4)


당시 이스라엘 사회는 종교 권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죄인으로 낙인 찍히는 것은 공동체에서 배척과 소외를 당하는 형벌이었지요. 소박한 민중에게는, 율법의 열쇠를 쥐고 심판과 단죄의 권한을 행사하는 이들이나, 박해와 생사여탈권을 쥔 정치 권력자들이 두려움의 대상이기 마련인데, 예수님께서는 한낱 현세의 권력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바로 그분을 두려워하여라."(루카 12,5)


예수님께서 이번에는 두려워하라고 하십니다. 현세의 권한뿐 아니라 내세의 권한까지 쥐고 계신 분을 두려워하라고요. 두려움의 문제는 시선의 문제지요. 육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존재보다, 영원한 생명을 주실 수 있는 분을 바라보라는 뜻입니다. 경외란 그분께 눈길을 두고 그분이 원하시는 바를 듣고 따르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루카 12,7)


예수님은 이 담화를 마무리하시면서 마지막으로 다시 두려워하지 말라고 결론 지으십니다. 두려워해야 할 분은 고작 지상에서 세력을 휘두르는 권력자가 아니라, 창조주시고 만물의 주인이신 하느님이신데, 그 하느님은 사랑과 자비의 존재시니까요. 수많은 참새도 잊지 않으시는 하느님이 귀하고 소중한 인간을 못본체 하실 리 없습니다. 하느님의 이 사랑을 믿는 이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엄청난 은총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게 되었습니다."(에페 1,11)


우리는 하느님의 의향에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은 이들이지요. "한몫"이란 우리가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권리를 차지했음을 의미합니다.
(에페 1,12 참조) 하느님을 찬양한다는 것은 그분 곁에서 그분의 얼굴을 바라보는 지복직관의 행복이며 영원한 생명을 의미합니다. 아직 지상 순례길을 걷고 있든 천상의 삶으로 옮겨 갔든,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할 수 있는 이야말로 특은의 주인공이지요.

"그리스도 안에서 믿게 되었을 때, 약속된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 ... 이 성령께서 우리가 받을 상속의 보증이 되어 주시어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십니다."(에페 1,14)


사랑하는 벗님! 주님의 말씀을 듣고 믿는 우리에게 성령께서 오시어 친히 우리 영혼에 당신을 새겨넣으십니다. 우리 존재 깊숙이 각인된 성령의 날인은 우리의 신원이 되고 정체성이 됩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어떤 옷을 입고 무슨 이름으로 불리며 얼마나 누렸든 성령의 사람으로서 우리의 첫째 소명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맙시다.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 사람과 사건과 사고에 대한 온갖 두려움을 몰아내시고, 우리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두신 하느님의 섬세한 사랑을 확신하게 도와주십니다. 성령과 함께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딛고 일어나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습니다. 찬양이 우리 소명이니 성령께서는 반드시 이를 완성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찬양하는 이는 사랑하는 이입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지요. 비록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녹록치 않고 고통의 파도타기는 끝날 줄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 찬양합니다." 하는 기도를 그치지 맙시다. 이 기도가 천상의 영원한 행복과 이어질 때까지 멈추지 맙시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기도가 되어 주시고 사랑 고백이 되어 주시며 찬양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사랑이신 하느님을 믿으며 찬양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시는 벗님을 응원합니다.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환호하여라. 올곧은 이에게는 찬양이 어울린다."(화답송)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