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1월 30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dariaofs 2020. 11. 30. 05:59

대림 제1주간을 시작하는 월요일, 말씀께서는 안드레아 사도의 축일을 지내는 우리에게 각자의 부르심을 되짚어 보라고 초대하십니다.

"그들은 어부였다."(마태 4,18)

예수님의 첫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은 어부입니다. 복음사가는 다른 부연 설명 없이 아주 간결하게 그들의 원래 직업을 드러냅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19)

예수님께서 그들을 부르십니다. 그들은 어부로 잔뼈가 굵은데다 한창 일할 왕성한 활동력을 지닌 이들입니다.

"사람 낚는 어부"
예수님은 그들을 부르실 때 그들이 처했던 상황과 실존을 무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들이 본래 가졌던 직업과 성향, 기술 등을 존중하면서 그들을 익숙하나 새로운 소명에로 부르시지요.

"그물 배, 아버지"(마태 4,20.22)
부르심을 받은 첫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버린 것들입니다. "그물"은 세속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도구이고, "배"는 물고기가 있는 장소로 그들을 실어나르는 수단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육적 관계성을 대변하지요.

물고기를 낚던 어부에서 사람을 낚는 어부로 바뀌려면, 대상이 바뀐 만큼 도구와 수단과 관계도 변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려면 그들은 "그물"이 아니라 말씀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또 "배"는 교회 공동체이고 제자단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버지"는 물론 하느님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성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제1독서에서는 복음이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구원이 되는 원리를 보여 줍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제자가 된 이는 이제 그 말씀을 선포하는 사도가 됩니다. 제자가 선포한 말씀을 들은 이는 그 말씀을 믿어 또 다른 제자가 되고, 그 제자의 제자의 선포로 누군가 듣고 믿어 ... 이렇게 신앙의 계보가 이어지지요.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로마 10,10)

우리는 말씀을 듣고 믿음으로써 의롭게 되고, 또 그 믿음을 고백함으로써 구원됩니다. 말씀과 선포와 들음과 믿음의 사이클은 이천 년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각처에서 매순간 벌어지는 기적입니다.

모든 부르심은 말씀에서 시작됩니다. 한처음에 계셨던 말씀께서 우리를 창조하셨고, 말씀이신 분께서 "지금 여기"에서 우리를 부르시어 재창조를 이루십니다. 부르심은 그동안 우리의 삶을 지배해온 도구와 수단, 관계를 내려놓고 부르심 받은 이에게 맞갖는 것들로 전환하라고 초대합니다. 성소나 소명 등 일생의 대전환이 될 부르심이든, 매일의 삶 안에서 다가오는 부르심이든 원리는 같습니다. 부르심과 응답을 중심으로 Before와 After는 달라지지요.

사랑하는 벗님! 교회 제도 안에서, 개인 소명 안에서, 매일의 도전과 헌신 안에서 우리 각자는 어떤 부르심에 응답해 살고 있는지 숙고하고 성찰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부르심을 사이에 두고 Before와 After는 달라졌겠지만, 우리를 부르신 주님은 창조 때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새겨주신 모상성과 개별성을 무시하지 않으시고, 그 중심축 위에 각자의 고유한 소명을 마련하셨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우리 모두가 듣고 응답한 그 부르심이 우리 모두를 의롭게 하고 구원의 길로 이끌어가고 있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고 충실히 걷고 있는 벗님을 축복합니다.

성 안드레아 사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