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믿음의 힘을 보여 주십니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가 믿느냐?"(마태 9,28)
눈 먼 사람 둘이 예수님을 따라오며 자비를 청합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신 예수님을 따라 들어가기까지 하는 걸 보면 절박하기 그지없어 보이지요. 이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십니다. 치유야 예수님 혼자서도 얼마든지 이루실 수 있지만, 믿음은 그 치유를 끌어내는 진정성입니다.
"예, 주님!"(마태 9,28)
그들 역시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확고하게 답합니다. 그들이 그저 속는 셈 치고 한번 떠보기나 하려고 예수님께 따라붙은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들은 예수님에 대해 들으면서 그분을 믿고 그분에게서 나오는 능력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자비를 청하며 간절히 매달린 것이지요.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마태 9,29)
예수님은 그들의 닫힌 눈에 손을 대시며, 믿는 대로 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의지와 그들의 믿음이 만나 하느님의 모상이 회복되는 기적으로 이어집니다. 믿음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입니다. 주님까지도 움직이니 말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이스라엘의 구원의 날을 이야기합니다.
"그날에는 귀먹은 이들도 책에 적힌 말을 듣고, 눈먼 이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이사 29,18)
그날은 눈과 귀에 실제적으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치유되는 기쁨의 날이 되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완고하고 우매한 백성이 회심하는 구원의 날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눈이 열려 하느님을 알아보고, 귀가 열려 그분의 말씀을 듣는 자체가 곧 구원입니다.
"그들은 자기들 가운데에서 내 손의 작품인 자녀들을 보게 될 때, 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리라."(이사 29,23)
이기심과 경계심으로 가리워진 눈은 이웃의 본모습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들이 하느님의 작품이고 자녀이며 모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지요. 모르니 함부로 이용하고 착취하고 소외시킵니다. 그러기에 타인을 도구화하거나 무시하는 이들은 아직 눈멀고 귀먹은 사람입니다.
타인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볼 수 있는 사람인지, 들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이를 하느님의 자녀이고 작품이며 모상이라 보는 이는 모든 존재를 경외심으로 대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시선을 가진 이들을 통해 이 땅에서 주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납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주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기 때문입니다.
"믿는 대로 되어라."
이 말씀은 희망도 주시지만 한편으로 두려움도 일으키십니다. 우리의 믿음이 어느 면을 바라보고 있고, 또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숙고해 보면 알 수 있지요. 믿는 대로 된다니, 우리의 믿음부터 성찰하고 정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회의주의나 자포자기, 비아냥과 냉소는 믿음을 오염시키고 불순하게 만들 뿐 아니라 결과마저 그 지경이 되어 버리게 만들겠지요. 반면 순수한 신뢰와 희망, 단순한 의탁과 신의에서 우러나는 믿음은 그 열매를 그대로 맺을 것입니다. 그러니 믿는 바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태 9,27)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주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서, 우리의 눈을 열어달라고 간청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아직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완고함을 녹여 주시어, 세상 모든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의 현존을 깨달을 수 있게 해 주십사고 청합시다. 우리의 눈이 열리고 귀가 트이는 만큼 우리는 서로의 고귀함을 알아보고 주님께 더 큰 찬미와 영광을 드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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