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2월 3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dariaofs 2020. 12. 3. 05:59

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이 우리의 든든한 반석이심을 떠올려 주십니다.

"주 하느님은 영원한 반석이시다."(이사 26,4)

이스라엘 백성은 주님을 반석이라 부릅니다. 주님의 변치 않는 사랑과 자애, 보호와 돌봄을 표현하기 위해서지요. 반석의 견고함과 단단함, 흔들리지 않음, 항구함은 주님이 당신 백성을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한결같은 심성을 지닌 그들에게 당신께서 평화를 베푸시니 그들이 당신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이사 26,3)

그렇다면 누가 그 반석 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어떤 이가 반석이신 주님께 머무를 수 있을까요? 그 조건으로 예언자는 "한결같은 심성"과 "신뢰"를 제시합니다. 주님의 백성은 한결같은 신의와 사랑을 지닌, 굳은 믿음의 소유자여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 백성은 마치 반석이신 주님을 투영하는 거울처럼, 자신의 주님을 꼭 빼닮았네요.

복음에서 예수님도 반석을 말씀하십니다.

"나의 이 말을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4)

이 문제는 집을 지을 때 반석과 모래 중 어느 것을 지반으로 선택하느냐의 문제보다 훨씬 심오합니다. 아무리 반석이 모래보다 견고하다는 상식을 알고 있어도, 자신에게 다가오신 말씀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영락없이 모래 위에 집 짓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지요. 이사야서에서 주님이 낮추시고 헐어 버리고 먼지 위에 내던지신 "높은 곳의 주민, 높은 도시"(이사 26,5)처럼 사상누각을 짓느라 헛수고만 한 셈이지요.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마태 7,25)

들은 말씀을 망각과 외면의 허공으로 흩어버리지 않고 손과 발과 마음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은, 단단한 반석에 구멍을 내어 기둥을 심는 기초 작업처럼 주님과 우리 자신을 견고히 결속하는 거룩한 여정입니다. 그렇게 주님과 단단히 묶인 이들, 이미 주님과 한몸인 이들은 삶에서 들이치는 비바람과 홍수에도 끄떡하지 않을 겁니다. 주님이 떠내려가시지 않는 한 우리도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요.

집을 지을 때 반석과 모래의 쓰임새를 분별할 줄 아는 이라면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말씀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야고보서의 저자는
"그저 듣기만 하여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말고 말씀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십시오."(야고 1,22)라고 권고합니다.

이는 결코 손해볼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큰 영광이 되지요. 말씀을 실행한다는 것은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행위를 통해 육화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주님이 우리에게서 육화하신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그러니 실행하는 이는 이미 주님과 하나입니다.

창조 때부터 우리를 위해 준비된 그 말씀이 우리 각자의 실존과 언어로 지금 여기 우리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그만큼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이 절실하고 또 열렬한 덕분이지요. 그처럼 귀하디 귀한 말씀이 우리 안에서 유산되거니 사장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꼭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작고 소박하고 나지막한 사랑의 실행이 우리와 주님의 관계를 더 단단하게 하고, 세상을 더 선하고 진실되고 아름답게 만들리라 믿습니다. 이미 사랑의 실천으로 반석이신 주님 위에 자리잡고 살아가는 벗님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든든하신 주님 보호 안에 평화로이 거하시니 참으로 복되십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