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1월 12일 연중 제1주간 화요일

dariaofs 2021. 1. 12. 05:30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보여 주십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마르 1,24)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들어가시어 가르치시던 회당 안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도 섞여 있었지요. 그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자 거칠게 저항합니다.

더러운 영은 예수님께, 당신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따집니다. 당신은 나랑 아무 상관 없으니 참견하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게다가 그는 예수님의 신원을 파악해 함부로 떠벌립니다. 증언이 어떤 사람의 입에서 나가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호의도 일으키고 거부감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악이 이용하는 듯합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마르 1,25)·

예수님은 더러운 영에게 휘둘려 자기도 모르는 행동을 하게 된 그 가련한 이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더러운 영은 그 사람 안에 들어가 그를 옷 입듯이 입고 사람과 세상을 공격했겠지요. 영문 모르는 이들은 그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피하며 소외시켰을 것이고요.

하지만 예수님은 더러운 영과, 그 영에게 고통을 겪는 사람을 분리해서 대하십니다. 예수님은 더러운 영은 쫓아내시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던 그 사람은 구원해 주신 것이지요. 예수님은 악과 사람을 분리해 대하십니다. 자신에게 괜한 공격을 일삼는 이에게서라도 그 상처 입은 인격이 지닌 고귀함을 볼 수 있는 시선이고, 그를 구해주려는 자비입니다.

더러운 영이 주장한 "관계 없음"은 악의 발상입니다. 세상 모든 조물은 서로서로 모두 다 관계가 있으니까요. 하느님에게서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누구도 예외없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며 생성하고 성장하며 소멸해 갑니다. 이 여정 안에서 누구도 완전히 홀로일 수 없습니다.

제1독서에서 히브리서 저자는 이 관계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람들을 거룩하게 해 주시는 분이나 거룩하게 되는 사람들이나 모두 한 분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형제라고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히브 2,11)

예수님께는 더러운 영에 들려 인간의 존엄한 몰골을 갖추지 못한 이도, 죄악으로 불결해진 이도, 심지어 은총을 거부하는 이조차도 아낌없는 사랑을 흠뻑 쏟아주고픈 형제입니다. 당신께서 모든 피조물의 맏이시기 때문이지요.

"만물은 하느님을 위하여 또 그분을 통하여 존재합니다."(히브 2,10)

성부 하느님은 성자를 통해 만물을 창조하셨습니다. 모든 만물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고 성장하고 소멸하여 하느님께 되돌아가지요. 모든 만물의 중심에는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만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시며 목적이신 하느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창조하시는 성부, 구원하시는 성자,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 안에서 우리 모든 피조물은 하나입니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마르 1,27)

사람들이 놀라서 서로 묻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제 편인 사람들의 말을 듣겠지요. 더러운 영이 예수님께 복종한 이유는 그 자신이 아무리 주님과의 관계성을 거부한다 하더라도 그분의 권능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은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마르 1,27)을 만납니다. 가장 소외되고 허약한 이를 향해 흐르는 사랑이 새로움과 권위의 골자입니다. 그만큼 예수님께 우리 모두가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새로움과 권위가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과 위안이 되고, 어떤 이들에게는 경계와 두려움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 각자에게 고유하게 다가오신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이 새해에, 방금 들어선 연중 시기에 우리에게서 무엇을 떨쳐내 주시고, 어떻게 회복시켜 주시고자 다가오실지요... 무엇을 건드리시건 분명 우리에 대한 사랑과 자비 때문이니, 기꺼이 따르며 순종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예수님의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 벗님을 새로이 깨끗하게 만들어 주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