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1월 25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dariaofs 2021. 1. 25. 06:27

오늘 미사의 말씀은 복음이 이스라엘을 넘어 온 세상으로 전파되도록 섭리하신 하느님의 계획을 보여 주십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제자들을 보내시는 대상은 "모든 피조물"입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피조물이 구원의 대상인 것입니다.

새들에게도 주님 찬미를 가르쳤던 프란치스코 성인이 떠오르고, 또 인간의 탐욕으로 파괴되어 가는 생태계를 이제라도 돌보고 회복시키려는 우리의 뒤늦은 노력 또한 떠오릅니다. 기쁜 소식, 곧 복음은 하느님 모상이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의 집인 지구와 온 우주 전체의 피조물을 위한 선물입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마르 16,17)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표징들은 예수님과 함께 지낼 때 그분께서 하시던 일들입니다. 제자들은 그분 곁에서 이를 보고 듣고 체험했지요. 이제 제자들은, (아직 완전히 준비가 된 것은 아닐지라도) 파견하시는 예수님께 순종해 길을 나설 것입니다. 그들이 그동안 예수님에게서 보고 듣고 깨닫고 체험한 것 모두를 총동원해 온 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전달하는 주님의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사울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회심하는 장면입니다.

"나와 함께 있던 이들은 빛은 보았지만, 나에게 말씀하시는 분의 소리는 듣지 못하였습니다."(사도 22,9)

살기 가득해서 기세등등하게 그리스도인 박해에 앞장섰던 사울에게 예수님께서 빛과 말씀으로 나타나십니다. 그 빛이 사울의 눈을 멀게 하지요. 이는 빛으로 이 세상에 오신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사울의 상태를 보여 줍니다. 그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받아들여져 세례를 받으면서 눈을 가리웠던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 그는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빛은 함께 있던 이들도 보았지만 이 말씀은 사울에게만 들렸습니다. 만일 그 말씀이 거기 있던 모든 이에게도 들렸다면 앞으로 사울에게 다른 증인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이제 사울은 자신의 온 존재를 통해 자신의 회심과 주님에게서 받은 사명을 증언해야 합니다. 그 자신이 복음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분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사도 22,15)

주님께서 보내신 하나니아스가 사울에게 신비스런 발현 사건의 의미를 밝힙니다. 이는 이방인들에게 주님의 복음을 전하도록 사울을 선택하신 주님의 뜻입니다.

"보고 들은 것"
사울은 빛을 보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빛 중의 빛이신 예수님을 보고,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다." 하시는 자기 계시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바로 이 예수님께서 당신의 이름 때문에 사울에게 박해받는 이들을 당신과 동일시하시니, 사울은 자기 죄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 속에서 파견받은 제자들처럼, 그리고 열렬한 율법의 수호자 사울에서 새로운 길의 증인이 된 바오로처럼 우리 역시 보고 들은 것을 온 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전하라고 선택된 이들입니다.

제자들처럼 직접 예수님과 생활한 것도 아니고 사울처럼 어마어마한 기적을 체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주님의 부르심을 듣고 깨달아 그분의 자녀가 된 과정과, 이후 우리에게 벌어진 모든 사랑의 기적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면, 우리는 나눌 것이 풍부한 주님의 증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저마다 삶 안에 주님과 나눈 사랑의 자취들이 새겨진 우리 모두는 사랑의 증인입니다. 우리가 증언하는 사랑이야말로 가족과 동료, 지인을 넘어 온 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선포되는 복음입니다. 주님의 증인인 벗님을 축복합니다. 벗님의 증언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는 선물이 될 것이니 벗님은 참으로 행복하십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