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구원에 확신을 가지라고 우리를 격려합니다.
"주님 말씀은 제 발의 등불, 저의 길을 밝히는 빛이옵니다."(복음 환호송)
시편 119편의 한 구절이 복음 말씀을 듣는 우리 마음을 준비시켜 줍니다. 어두운 밤, 먼 길을 나선 우리는 오로지 손에 들고 있는 등불에 의지해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 순례길을 걷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 말씀은 우리 발이 어느 지점을 디뎌야할지, 어느 길을 따라 걸어야할지 밝혀주는 등불입니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겠느냐?"(마르 4,21)
어둠이 오면 집 주인은 등불을 켜서 집안을 두루 비추는 자리에 놓고 꺼지지 않게 마음을 씁니다. 등불은 어둠을 밝히기에 가장 효율적인 위치에 놓이게 마련이지요.
심지를 정돈하고 기름까지 채워서 불을 붙인 등불을 숨길 이유는 없습니다. 게다가 등불이 설령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여도 일렁이는 빛까지 막을 수는 없지요. 어둠이 짙을수록 빛의 존재감은 더 강렬해집니다.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마르 4,24)
주님께서 주신 말씀은 자기 혼자만을 위해 간직하는 사유물이 아닙니다. 말씀을 자기 안에 가둬두는 것은 등불을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말씀에 머물러 기도하고 사유하는 이에게는 말씀의 빛이 새어나옵니다. 말씀의 속성이 등불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기억하지 않고 더 이상 그분의 이름을 말하지 않으리라.' 하여도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제가 그것을 간직하기에 지쳐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겠습니다."(예레 20,9)
예레미야 예언자는 그저 묻어만 둘 수 없는 말씀의 속성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주님의 말씀은 빛처럼, 향기처럼, 때로는 천둥처럼 세상을 향해 울리고 퍼져 나가야 합니다. 말씀 안에는 구원을 위한 생명력과 역동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가오신 말씀을 기도 안에 녹여내어 이웃과 나누고, 또 그 말씀을 실천으로 옮겨 사랑과 자선으로 나눕니다. 말씀이 우리를 통해 육화되어 자신과 타인에게 구원이 되는 원리입니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마르 4,25)
이 또한 말씀에 머물러 사는 영적 삶의 속성입니다. 나에게서 자라 열매를 맺은 말씀은 누군가를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더 큰 선물이 되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우리가 아무리 부족해도 말씀은 우리와 함께 자라납니다. 우리 존재 안에서, 관계 안에서 순환하고 성장시키고 완성시킵니다.
제1독서에서는 이 구원에 확신을 가지리고 격려합니다.
"그분께서는 그 휘장을 관통하는 새롭고도 살아 있는 길을 우리에게 열어 주셨습니다."(히브 10,20)
주님께서 거하시는 거룩한 성소에 들어가는 새롭고도 살아 있는 길, 우리에게 열린 길이 곧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이 길이심을 선포하셨지요.(요한 14,6 참조)
그분은 당신의 몸과 피로 길이 되어 주시고, 길을 걷는 우리를 말씀의 등불로 비추어 주십니다. 그분은 구원의 길에 들어선 우리를 온통 감싸 안고 함께 가십니다. "그러니 진실한 마음과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께 나아갑시다."(히브 10,22)
말씀은 우리 존재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빛이십니다. 그분 앞에 감추어진 것은 하나도 없지요. 우리 안의 가장 미소하고 나약한 부분까지 아시는 주님께서 우리를 인도하고 동행하시니 우리는 구원에 확신을 가져도 좋습니다. "약속해 주신 분은 성실하신 분"(히브 10,23)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말씀으로 초대 받아, 매일 말씀을 접하고, 말씀 안에 머물러, 말씀을 사랑하며, 말씀을 나누고 실천하는 우리 모두는 복됩니다. 막을 수 없는 세월 속에서 언젠가 건강도 재물도 관계도 사라질 터이지만, 말씀은 더 깊고 더 짙고 더 찬란히 우리 영혼에 남아 아름답게 빛날 것입니다. 우리가 간직한 말씀의 빛이 곧 주님의 빛이니, 구원은 이미 우리 안에 와 있습니다.
말씀과 함께 구원을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말씀의 빛 속을 거니는 행복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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