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2월 11일 연중 제5주간 목요일

dariaofs 2021. 2. 11. 05:22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신랑과 신부의 만남이 그려집니다.

"주 하느님께서 ... 그를 사람에게 데려오시자, 사람이 이렇게 부르짖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고 불리리라.'"(창세 2,23)

주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알맞는 협력자를 만들어 주십니다. 아담은 여인을 보는 순간 기쁨에 차서 외치지요. 신부를 만난 신랑의 환호입니다. 모든 생물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면서도 "자기에게 알맞는 협력자를 찾지" 못한 그에게 정말로 행복한 순간이 되었을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과 이방 민족과의 만남이 그려집니다.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어떤 부인이 곧바로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와서, 그분 발 앞에 엎드렸다. 그 부인은 이교도로서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이었는데"(마르 7,25-26)

오늘 예수님 앞에 달려온 이방 여인은 모든 이방인을 상징합니다. 구약 시대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신랑이신 하느님의 신부였지만, 신약 시대 이후 그리스도의 신부는 이스라엘의 담장을 넘어 모든 이방인을 포함하는 교회로 확장됩니다.

그 여인은 마귀 들린 딸을 가진, 참으로 절박한 사연을 안고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어쩌면 자기네가 섬기는 우상의 힘으로는 더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엎드린 그녀를 바라보는 예수님의 마음을 관상합니다.

그녀와 마귀에 시달리는 딸에 대한 연민, 그리고 어떤 연유에서건 당신 앞으로 나아온 이방인에 대한 반가움이 섞여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순간은 신랑이신 그리스도께서 믿음으로 당신의 신부가 된 이방인 교회를 맞이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에서는 오늘 제1독서 속의 아담처럼 기쁨이 솟구치며 사랑이 마구 솟아났을 것 같습니다.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마르 7,27)

우리가 익히 아는 예수님 입에서 나온 말씀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표현이지요. 예수님은 짐짓 단호하게 이런 말씀으로 당신 앞에 나아온 이방 여인의 믿음을 시험하는 동시에, 여기까지가 바로 구약 시대 백성의 신앙이고 흐름이었음을 드러내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르 7,28)

철저히 을의 입장인 이방 여인이 비장하게 자기의 의견을 피력할 때 예수님이 내심 얼마나 대견하셨을지 느껴집니다. 그녀의 신앙 고백 안에는, 비록 이스라엘 민족보다 주님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분의 자비는 이제 만민에게 유효하다는, 여느 신학자 못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으니까요. 이 고백은 신약 시대 이후의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신뢰에 찬 고백이 될 것입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마르 7,29)

그녀는 자신이 믿고 청한 그대로 놀라운 기적을 체험합니다. 실제로 집에 돌아가 보니 아이에게서 마귀가 나가고 없었지요. 이 또한 의미심장한 상징을 지닙니다. 그녀 집, 그녀의 민족에게서 우상이 떠나갔다는 뜻도 담겨있으니까요.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는 신랑이신 그리스도와의 해후를 기다리는 신부로서 설렘과 기쁨을 미리 맛봅니다. 아담이 기쁨에 차서 부르짖었듯이 예수님도 그녀의 의연하고 적극적인 신앙 고백에 참으로 기쁘셨을 터이고, 당신 앞에 나아오는 우리 모든 보잘것없는 이방 죄인들도 무한히 환대하실 테니까요.

설날 연휴를 시작하는 사랑하는 벗님! 아무 자격 없는 우리 가족에게도 활짝 열린 구원에 감사하는 연휴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상태가 어떻든, 우리가 청하는 바가 무엇이든 우리를 맞이하는 그분의 기쁨이 곧 우리의 기쁨이 될 것이니, 신뢰 가득한 마음으로 그분 앞에 나아가 엎드립시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이 말씀에는 굳게 믿는 우리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복음 환호송 참조) 내가 믿고 바라고 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