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2월 9일 연중 제5주간 화요일

dariaofs 2021. 2. 9. 06:26

오늘 미사의 말씀은 하느님 사랑과 구원의 보편성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마르 7,5)

바리사이들이 손을 씻지 않은 채 음식을 먹는 예수님 제자들을 보고 불평합니다. 유다인들에게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예절은 조상들에게서 전해져 내려온 전통입니다. 요즘같은 감염병 시대의 손씻기와는 좀 다른, 제의적으로 더러움을 정화하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지요.

"너희 위선자들"(마르 7,6)

예수님께서 전통을 운운하며 트집을 잡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을 이렇게 부르십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전한 대로 '입술로는 주님을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주님에게서 멀리 떠나 있는' 상태가 곧 위선입니다.

하느님이나 사람보다 율법의 문자와 전통을 우선하는 이를 위선자라 하십니다. 하느님 사랑과 사람에 대한 사랑에는 인내와 자기 희생, 헌신이 필요하기에 마냥 수월하다 할 수 없는데 비해, 문자와 전통은 마음과 온기를 섞지 않아도 메뉴얼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그럴듯해 보인다는 점이 다릅니다.

제1독서는 어제에 이어 세상 창조 이야기의 후반부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21)

창조 기사를 읽고 듣고 묵상하다 보면, 당신이 지으신 피조물들을 바라보며 "참 좋다~~"고 하시는 하느님의 탄성에 우리 마음도 덩달아 기쁘고 흥겨워집니다.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은 이렇듯 보편적입니다. 누구도 제외하지 않으시지요.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 온갖 생물과 짐승들, 그리고 민족과 인종을 초월하는 모든 이가 "좋구나!" 하시는 그분 기쁨의 대상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귀한 존재입니다. 모든 존재가 하느님께 귀하고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은 그분을 닮고 그분을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사람은 우리가 받은 하느님의 사랑과 헌신을 다른 존재에게도 베풀 수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말씀은 모든 피조물과 인류를 향합니다. 그렇기에 복음 속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내내 고수하고 주장하는 조상들의 전통은 오히려 그들을 선민 사상의 장벽 안에 가두어 구원의 보편성과 새로움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 뿐입니다.

"예물과 제물을 바치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예배하는 이의 양심을 완전하게 해 주지는 못합니다. 먹는 것과 마시는 것과 몸을 씻는 여러 가지 예식과 관련될 뿐입니다. 이 모든 것은 새 질서의 시대가 시작될 때까지만 부과된 법규일 따름입니다."(히브 9,9-10)

옛 것에 고착되어 안주하는 이는 새로움에 저항하기 쉽습니다. 전통에 대한 충실성으로 그럴듯하게 포장은 했지만 실상 제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기심과 분리할 수 없이 덩어리져 있기에, 악이 이 부분을 건드리면 결국 생명의 주인을 죽이기까지 할 정도로 강력해지지요.

예수님의 강생과 함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에서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은 이스라엘 민족이 조상 때부터 지켜 온 전통과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의 법, 온 인류를 구원할 온전하고 보편적인 새로운 계약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우리는 옛 것에 집착해 새로운 모습으로 오시는 그분을 몰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분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우리 모두는 어떤 이념이나 관습, 전통보다 더없이 존귀하고 존엄하니까요. 문자와 관습의 공식에 매이지 않고, 하느님과 사람을 사랑하는데 마음과 온기와 정성을 다하며, 하느님 모상으로 완성되어 가는 벗님을 응원하며 축복합니다. 그런 벗님을 보고 하느님께서 흐뭇해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참 좋구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