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 마음을 돌아보게 해 주십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15)
당시 종교 기득권층인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부정함과 불결함의 원인을 불결한 존재와의 접촉 등 외부 요인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손 씻는 예식 등 정결례를 그토록 강조하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그 원인이 사람 마음 속에 있다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살펴야 할 것은 음식이나 물건,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인 것이지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하느님을 보게 되니까요(마태 5,8 참조).
제1독서에서는 인간이 하느님께 처음으로 범한 죄의 복선이 언급됩니다.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6)
사람은 흙의 먼지에서 왔습니다. 발 밑에 밟히며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오히려 더럽다고까지 생각되는 흔한 물질이 흙이고 먼지일 것입니다. 그런 보잘것없는 존재가 하느님의 숨을 받아 생명체가 됩니다. 놀랍지요. 사람이 쉬는 숨은 하느님에게서 왔지요. 사람이 숨을 쉬며 사랑하고 헌신하는 자체가 곧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숨 쉬는 것 모두 다 주님을 찬미해야 합니다(시편 150,6 참조).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창세 2,17)
이렇게 사람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신 주 하느님께서 자애롭게도 에덴 동산을 아름답게 꾸미시고 사람이 살게 해 주십니다. 사람은 에덴 동산의 풍요를 누리면서 자기 근원인 땅을 일구고 돌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따 먹으면 안 되는"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바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입니다.
여기서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죽음"은 육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죽음은 죄의 결과입니다. 죄가 사람을 얼마나 시들게 만드는지, 죄의 결과로 영혼을 얼마나 병드는지 우리는 알지요. 죄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생명을 차단하고 거부하는 악이니까요.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마르 7,21-23)
우리가 처음 하느님께 받았던 그 아름다운 생명의 자리에 다른 것들이 채워지고 맙니다. 우리는 원래 하느님께서 불어 넣어주신 숨으로 거룩했는데,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탐하고, 그로 인해 하느님의 지혜를 넘보고, 또 실제로 범하면서 슬프게도 사람에게는 원죄의 상흔이 짙게 배어들고 말았지요. 그래서 마음 안에 움트는 악한 생각과 어둠들에 종종 주도권을 넘기고 자신과 공동체를 불결하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탓을 외부로 돌려 죄에 죄를 더하지요.
"주님, 당신 말씀은 진리이시니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소서."(복음 환호송)
바로 이런 이유로 세상의 죄를 없애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분이야말로 우리를 다시 거룩하게 해 주실 "말씀"이시고 "진리"이십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뜻을 어긴 결과로 죄의 사슬에 묶여 살아가는 인류를 다시 거룩하게 해 주시려고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의 어린양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그토록 신비하고 거룩한 숨을 회복하는 길은 그분께서 들려 주시는 말씀을 존재 안에 받아 들이고, 진리이신 그분을 흡수하여 그분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거룩함을 회복하여 창조 때 받은 충만함과 존재적 평화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숨으로 숨쉬고 살아가는 존재로 활짝 피어나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우리를 빚으신 뒤 사랑스럽게 불어넣어 주신 숨이 여전히 우리 안에서 생명의 기운을 생생히 내뿜고 있는지 각자의 마음을 잘 살피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주님이신 말씀을 듣고 품고 머물러 정결함과 거룩함을 회복하며 살아가는 벗님을 축복합니다. 하느님의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새로운 생명력을 느끼는 복된 오늘 되소서.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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