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2월 16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

dariaofs 2021. 2. 16. 05:58

오늘 미사의 말씀은 믿음을 촉구하십니다.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마르 8,15)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의 누룩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선을 있는 그대로의 선으로 보지 않는 악의, 그리고 탐욕일 것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어디를 가든 맞닥뜨려야 하는 걸림돌이기도 하지요.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근거렸다."(마르 8,16)

빵을 부풀게 하는 "누룩"에 문자 그대로 꽂친 제자들은 하필 그날따라 제대로 챙기지 못한 빵 생각에 불안해지고 맙니다. 배가 이미 물 위에 있으니 당장 해결할 방법도 없지요. 이러한 스승과 제자 사이의 동문서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할 겁니다.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마르 8,4-17-18)

"기억"은 당시의 감사와 찬미를 오늘 이 순간에 재현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나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하신 하느님을 현재화하는 축복이지요.

오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가득 남았던 열두 광주리의 빵, 사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가득 남았던 일곱 광주리의 빵 앞에서 놀라고 흥분했던 기억을 제자들은 벌써 잊은 걸까요? 생명의 주인이신 분이 한 배에 계시는데 왜 그들은 아직도 근심하고 불안해 할까요...

얼핏 나약하고 유약하게도 보이는 제자들의 태도를 예수님은 역으로 '완고함'이라 진단하십니다. 이 완고함은, 감사의 기억은 쉽게 망각하고, 오히려 현실의 근심에 집착하여 그 아슬아슬한 긴장을 즐기며 만족과 감사에서 자신을 떼어놓는 악입니다. 완고한 마음은 하느님의 지혜도 사랑도 깨닫기 어렵습니다.

제1독서에서는 마음 아파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려 줍니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창세 6,5-6)

주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인간이 주님께서 금하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탐하여 취한 결과로 에덴동산에서 내쫓긴 뒤, 세상은 이기심과 탐욕으로 어지러워집니다.

"내가 보니 이 세대에 내 앞에서 의로운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창세 7,1)

성경 저자는 노아를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의롭고 흠 없는 사람"(창세 6,9)이라 전합니다. 구체적으로 노아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성경이 세세히 전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아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창세 7,5)라는 말 안에 모든 걸 담았습니다. 노아는 믿음으로 의로운 사람입니다.

주님 말씀대로 배를 짓고 짐승들을 모으며 그분께 순명한 노아에게서, 여전히 완고하고 은총에 무딘 제자들을 이끌고 배에 올라, 타락한 세상에 하느님 마음에 드는 새로운 인류를 모으실 예수 그리스도가 보입니다. 단순한 믿음과 온전한 의탁으로 세상을 구한 의로움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감염병으로 더 어려워진 팍팍한 삶과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 근심할 일도 많고 불안할 일도 넘치지요. 그런데 우리가 시선을 은총과 감사의 기억에서 떼어 어둠을 향하는 순간, 내내 도사리던 완고함이 마음에 냉큼 들어와 자리를 잡을지도 모릅니다. 어렵고 힘든 순간일수록 복잡함을 내려놓고 그저 단순히 의탁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들 때, 오히려 영혼의 힘을 짜내어 고맙고 은혜로웠던 일들을 떠올리며 주님께 눈을 들어 봅시다. 우리 삶 구비구비에 맺힌 은총의 열매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주고, 영육에 생기를 되찾아 줄 것입니다.

"주님이 당신 백성에게 강복하여 평화를 주시리라."(화답송)

있는 힘을 다하여 산란하고 근심스러운 현실을 헤쳐나가고 있는 벗님 여러분을 위해 진심을 다해 기도하며, 주님의 이 말씀을 선물로 드립니다. 이 말씀이 벗님 여러분께 참 마음의 위로가 되시길 바랍니다. 힘들 때일수록 무조건 감사하고 또 감사하십시오. 어느새 마음이 평화로 가득 찰 것입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