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2월 22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dariaofs 2021. 2. 22. 06:06

오늘 미사의 말씀은 교회 직분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하십니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마태 16,17)

예수님께서 당신을 누구라 여기는지 제자들에게 묻자 베드로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대답합니다. 예수님의 신원이 정확히 드러난 이 대답에 예수님께서 매우 흡족해 하시면서 베드로를 행복하다고 하시지요.

베드로가 발설한 정답이 그 자신의 지식이나 생각에 기인하지 않고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기 때문에 그는 행복합니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불어넣어 주신 영께서 그를 채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니까요.

하느님에게서 오는 생각을 따르는 일이 늘 당연하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의 성령께 마음을 열고 있지 않으면 얕은 상식이나 꾀로 주님에게서 오는 영의 움직임에 귀를 막고 제 것을 하느님 생각인 양 고집할 수도 있지요. 안타깝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성경을 통해 드러난 베드로의 약함을 모르지 않으나, 이 순간 하느님께서 심어 주신 말씀을 있는 그대로 고백한 베드로의 단순한 신앙에 마음이 끌립니다. 아마 주님께서도 그런 그의 투박하지만 충실한 기질을 보시고 그를 선택하신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마태 16,18-19)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시는 말씀에는 베드로의 직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직분을 주시는 주체는 철저히 예수님이시지요.

"내가 ... 세울 터인즉." 교회를 세우는 이는 베드로나 다른 사도들이 아니라 예수님이십니다.
"내 교회를."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것입니다. 그분을 머리로 하는 몸이지요.
"나는 ... 주겠다." 하늘 나라의 열쇠를 맡기시는 분도 예수님이십니다. 베드로에게 문지기의 소임이 맡겨졌을 뿐, 하늘 나라의 주인은 예수님이시지요.

"너는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워 주어라."(입당송)

그런데 성 베드로 사도좌를 기념하는 오늘의 말씀은 베드로가 예수님의 제자임을 부인하고 그분 곁을 떠났던 슬픈 사건의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인간 베드로는 비겁하고 나약했지만, 그를 부르시어 직분을 맡기시고 그 자리에 세워주신 분은 모든 것을 떠안으실 만큼 크고 충실하신 분이시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제1독서는 우리가 아는 그 베드로 사도가 목자의 직분을 수행하는 다른 원로들에게 간곡히 권고하는 내용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이며 앞으로 나타날 영광에 동참할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1베드 5,1)

베드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고 죽음까지 수락하여 십자가의 영광을 바라보기에 이처럼 말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 자신의 인간적 배경이나 능력이 아니라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삶을 제 것으로 수락했기에 주어지는 권한입니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1베드 5,2)

목자의 첫째 직무는 "으뜸 목자"이신 예수님처럼 사랑을 다해 맡겨진 양 떼를 돌보는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그렇게 합니다. 목자는 늘 자기 안위나 이익에 앞서 양 떼를 떠올리고 그들을 위한 하느님의 뜻을 찾는 존재입니다. 베드로는 약한 자신을 택하시어 당신 뜻을 불어넣어주신 은총의 체험으로 죄스럽고 부족하나마 맡겨진 직무를 충실히 채워가며 주님의 교회를 지킵니다.

사랑하는 벗님! 오늘은 인간적 약함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양들을 위해 봉사하는 모든 목자들과, 저마다의 자리에서 충실히 소명을 채워가는 우리 모두를 기억하며 응원하는 날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베드로 사도를 이어 주님의 교회를 돌보고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면 좋겠지요. 교황님부터 세상 끝 이름 모를 형제까지 온 세상의 목자와 양들이 함께 기쁘고 흡족하고 행복한 오늘이 되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