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생명의 근원이신 예수님을 가리키고 계십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요한 5,6)
예수님께서 벳자타 못가에 있던 한 병자에게 물으십니다. 그는 서른여덟 해나 병을 앓는 사람이었지요. 그러니 이 물음은 사실 치유 하나 바라고 벳자타 못가에 머무르는 병자에게 물어보나마나 한 너무 당연한 질문이지요.
"사람이 없습니다."(요한 5,7)
그는 오랜 세월 여기서 여전히 이러고 있는 이유로 답을 대신합니다. 말하자면, 건강해지고 싶기는 한데, 물이 출렁거릴 때 자기가 내려가 물에 몸을 담그도록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요한 5,8)
예수님께서 마치 그의 볼멘 소리를 못 들으셨다는 듯이 명령하십니다. 생명의 근원이신 예수님의 말씀은 치유의 물이라는 매개체를 초월합니다.
제1독서는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물의 환시 대목입니다.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에제 47,12)
세상 구석구석 만물의 뿌리마다 흘러들어가 모든 피조물을 되살리고, 잎을 어루만져 윤기를 더하며 열매를 풍요롭게 하는 생수의 흐름과 감촉을 관상합니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 차고 넘치는 이 대목은 성전이시고 또 성전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모든 생명의 원천이시라고 노래합니다.
복음의 벳자타 못가 기적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예수님은 성전에서 백성을 향해 '목마른 사람은 다 당신께 와서 마시라'고 외치실 것입니다.(요한 7,37 참조) 그분에게서 흘러나오는 물이 모든 피조물을 되살립니다. 이 물이 곧 우리가 받은 성령입니다.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기쁘게 마셔라."(입당송)
우리의 주님은 우리 모두를 당신의 물가로 초대하십니다. 부자건 가난한 이건 개의치 않으십니다. 그분에게서 흘러나오는 생명은 성령과 말씀, 성사로 우리를 지탱하고 계십니다.
주시는 분이 기꺼이 내어주시니, 우리도 눈치 볼 것 없이 기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가난하고 부족한 죄인이어도, 그분께서 우리의 메마르고 어둡고 각박해진 영혼에 잔잔히 닿고 깊숙이 스며드시면 다시 생기를 되찾을 것입니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생명이신 주님께서 말씀으로 생명을 건네신 이상, 우리는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운이 나쁘다고 변명하며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주님은 사람들이 말하는 꼭 그 방법이 아니어도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는 분이시니까요. 그분이 곧 생명이시니까요.
사랑하는 벗님! 생명이신 주님을 흠뻑 마시고 생기를 되찾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생명의 말씀으로, 우리가 받은 세례로, 성사의 은총으로, 우리가 행하는 자선과 나눔의 사랑으로 우리는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계신 성령 안을 헤엄치고 있답니다. 그 생명을 마음껏 마시고 마음껏 채우고 마음껏 즐기시며 싱싱하게 되살아나시길 빕니다. 벌떡 일어나십시오. 벗님을 무겁게 만들던 들것을 걷어들고 힘차게 걸어가십시오. 주님께서 함께하실 겁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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