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변화에 적응 중인 군사목… 군종사제 역할 여전히 중요”
입대 장병 감소로 군 조직 축소 군종사제 수 유지하며 밀착 사목
코로나19로 장병 영세자 수 급감 미사와 강의 영상 제작해 보급도
재임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2019년 판문점 JSA성당 봉헌
변함없는 군종후원회 지원 감사
“기도하고 노동하는 삶 이어갈 것”
유수일 주교는 2010년 9월 15일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성당에서 제3대 군종교구장에 착좌한 뒤 10년 6개월여간 군사목에 헌신하고, 제4대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된 서상범 주교에게 오는 4월 9일 군종교구장 자리를 인계하게 됐다.
유 주교는 군종교구장으로 봉직하는 동안 일관되게 성경 말씀을 중심에 둔 신앙,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삼위일체 신앙을 강조해 왔다. 퇴임을 앞둔 유 주교를 만나 지난 10년 6개월간 수행한 군종교구장 직무에 대한 소회와 후임 교구장에 거는 기대, 퇴임 후 계획 등을 들었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3월 12일 서울 용산 군종교구청에서 교구장 퇴임을 앞둔 소회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사진 이승훈 기자
■ 건강 지켜 주신 하느님께 감사
군종교구는 다른 교구와 달리 전국 모든 육해공군과 해병대 군장병 및 그 가족을 사목 대상으로 한다. 동서남북의 지역적 한계가 없다. 그렇다 보니 군종교구장을 ‘움직이는 교구청’이라 비유하기도 한다. 퇴임을 앞둔 유 주교의 건강 관리 비법이 우선 궁금했다. 유 주교는 “건강을 지켜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지난 10년 6개월 동안 건강이 안 좋아서 본당 사목방문을 못하거나 예정됐던 행사 참석을 연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걷기’로 건강관리를 해 왔다고 소개했다. “제가 특별히 건강을 챙기려고 했던 일은 하루에 4~5㎞씩 걷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4~5일 걷다가 나중에는 거의 매일 빠뜨리지 않고 걸었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가 시작돼 사목방문이 취소되고 기쁨 넘치는 군종장교 임관미사도 못하게 되면서 걷기는 유 주교에게 운동이자 위로의 시간이 됐다. “답답한 마음을 풀려고 하루에 7~8㎞를 걸었더니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지 작년 11월부터 허리 디스크가 왔습니다. 군종교구장으로 일하는 동안 제일 아팠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료를 잘해 주셔서 지금은 완치됐습니다.”
유 주교는 “교구청 인근 용산공원과 서울시내 일대를 다 걷는다”며 “얼마 전부터는 인천 아라뱃길을 따라 걷는 코스도 좋아하는데,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님께 전화를 걸어 ‘제가 주교님 영역에 와서 걷고 있다’고 대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식사 조절에도 신경 썼다. 교구장 부임 후 처음 4년 동안은 하루 세 끼 식사를 다 하다가 체중이 많이 늘어 그 후부터는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 것도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군사목 이해 깊은 서상범 주교의 임명 기뻐
군종교구장 소임을 곧 마치고 후임 교구장 착좌를 앞둔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오랫동안 군종신부로 일한 서상범 주교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군종교구장 주교로 최종 선택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기쁘다”고 밝혔다.
“서상범 주교님은 군사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고 군종장교 전역 후에도 군종교구 총대리로 4년 반 동안 저와 동고동락 했습니다. 서 주교님 서품 및 착좌식 준비를 교구 총대리 이응석 신부님이 준비위원장이 되고 여러 군종신부님들이 위원이 돼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서 주교님이 신자 병사와 간부, 그 가족들을 영적으로 돌보면서 하느님을 모르는 군인들에게는 구원의 세례를 베풀어 더 큰 군복음화 결실을 내리라 믿습니다.” 유 주교는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백신 보급이 늘면 서 주교가 사목방문을 시작하고, 다양한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 주교는 교구장 재임기간 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국방개혁에 적응했던 소회도 들려 줬다.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와 그에 따른 입대 장병 감소, 부대 통폐합 등 군 조직 축소는 군사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지만 지혜롭게 대처해 왔다.
“육군 사단 신병교육대가 줄어들고 신병교육 기능이 논산 육군훈련소로 많이 이동됐고, 지상작전사령부가 출범하는 등 부대 개편이 이뤄짐에 따라 군종신부님들 인사이동도 있었던 과도기를 잘 적응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국방개혁이 군사목에 지장을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군종신부님들 수가 줄지도 않았습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군의 변화에 잘 적응해 군사목을 펼치고 있습니다. 군당국도 군종신부들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군종교구청도 국방부의 예산 지원이 있어서 증개축이 가능했습니다.”
■ 코로나19 상황에도 하느님 말씀 전하려 고심
유 주교는 영세 장병 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군종신부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군종교구 영세자 수가 2016년까지는 2만 명을 넘다가 2017년에 2만 명 밑으로 내려왔고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던 지난해에는 3000여 명에게만 세례를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군종신부는 군부대 안에서 복음전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들에게 올바른 정신을 심어 주고 강인한 전투력을 유지하는 등 국방 목적에 협력하는 임무를 동시에 수행합니다.”
또한 “군부대 특성상 4~5주 짧은 예비신자 교리를 거쳐 세례를 줘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세례를 줘야 한다”며 “성경을 보면 예수님을 찾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인지 몰랐지만 예수님은 당신을 찾아오기만 해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 주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군종교구 영세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코로나19로 사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교구가 군종교구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시작되고 군성당에서 정상적으로 미사를 봉헌한 기간은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유 주교는 이런 힘겨운 여건에서도 교구민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려 고심했다.
“요즘 발달한 통신 수단을 활용해 교구 차원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와 사순 특강 영상을 제작해 교구 본당에 보내거나 본당 자체적으로 미사 영상을 신자들에게 보냈습니다. 교구장이 본당 사목방문 중 견진성사를 집전하던 것을 사목방문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주임신부에게 위임했지만 본당마다 상황이 달라 못 한 곳도 있습니다.”
유 주교는 군종교구장 재임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성당’ 봉헌을 꼽았다. 본래 미군이 쓰던 건물을 1950년대부터 성당으로 사용하다 건물이 낡아 전기와 음향 시설마저 사용이 어렵던 중 한국 주교단이 보내 준 성금과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후원금, 군종교구 자체 예산을 모아 2019년 8월 21일 새 성당을 봉헌했다. 유 주교는 “JSA성당이 남북 통일을 기원하고 군인 신자들을 돌보는 곳, 공동경비구역 방문자 모두의 휴식처, 한국전쟁 때 우리를 도운 나라들을 기억하는 곳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니케아 신경 통해 교리에 확신 지녔으면”
유수일 주교는 교구장 퇴임 이후 계획도 전했다. 본래 소속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로 돌아간다. “오래 전부터 이스라엘 성지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작은형제회는 교황청으로부터 이스라엘 성지 수호 임무를 부여받았고 이스라엘에 작은형제회 성지보호구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수도 형제들에게 방해되지 않으면서 좀 더 기도 많이 하고 육체 노동도 더 많이 하며 살려고 합니다. 저는 군종교구장에 부임하는 날에도 수도회에서 빨래, 청소 다 해 놓고 교구청에 왔습니다.”
유 주교는 마지막으로 “가톨릭신자들이 겸손하고 봉사에 힘쓰지만 교리 지식은 부족한 것 같다”며 “가톨릭교회 교리와 삼위일체 신비에 대한 고백이 집약돼 있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통해 신자들이 가톨릭 교리에 확신을 지니고 신앙이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군사목을 변함없이 돕고 있는 군종후원회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박지순 기자(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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